국내 4대 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이 간 큰 40대 직원 한 명에게 사실상 놀아났다. 8년간 700억 원에 육박하는 돈을 수시로 빼돌리는데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을뿐더러 1년간 무단결근한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다.
26일 금융감독원은 올해 4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진행된 우리은행 횡령 사고에 대한 수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직원 전 모(43) 씨는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 동안 총 8회에 걸쳐 697억 3000만 원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알려진 것은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14억 원 수준이었지만 금감원 검사에서 83억 원가량을 추가로 횡령한 것이 드러났다.
전 씨가 처음 회삿돈에 손을 댄 것은 딱 10년 전이다. 그는 2012년 6월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A사 출자전환 주식 42만 9493주(당시 시가 23억 5000만 원)를 팀장이 공석일 때 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OTP)를 도용해 무단 결제한 뒤 인출했다. 이후 더욱 과감해진 전 씨는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 매각 계약금(614억 5000만원)과 인천 공장 매각 계약금을 직인을 도용하고 문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빼갔다.
금감원은 전 씨의 범행이 주도면밀했음을 전제하면서도 은행 잘못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 씨는 10년 이상 동일 부서에서 동일 업체를 담당하고 이 기간 명령휴가 대상에 한 번도 선정되지 않았다. 2019년 10월에는 상급자에게 파견 근무를 간다고 허위 구두 보고한 뒤 1년 이상 무단결근했던 일도 있었다. 은행 대외 수발신 공문에 대한 내부 공람과 전산 등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통장과 직인 관리자도 분리되지 않았다. 자산의 실재성에 대한 부서 내 자점감사도 실시된 적이 없었고 본부 부서 자행명의 통장의 거액 입출금 거래는 이상 거래 발견 모니터링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 엄밀한 법률 검토를 거쳐 사고자 및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책임론도 떠오르고 있다. 여러 차례 우리은행 검사를 실시했지만 8년간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준수 금감원 은행·중소서민 담당 부원장은 “우리은행에 검사를 수차례 나갔지만 횡령 사고를 적발하지 못해 아쉽다”면서 “금감원 검사는 건전성 등 전반적인 것을 보기 때문에 개별 건에 대한 적발은 한계가 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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