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인 ‘왓챠’가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콘텐츠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자 결국 경영권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CJ 산하의 ‘티빙’과 KT(030200)그룹의 ‘시즌’이 합병을 결정하는 등 OTT업계의 재편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시중금리 급등에 왓챠가 추진해온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도 좌절되자 매각을 통해 대기업 울타리에서 신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국내 게임·플랫폼 등 콘텐츠 기업들을 상대로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별도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지 않고 박태훈 왓챠 대표가 직접 인수 후보 기업들을 접촉해 매각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설립된 왓챠는 영화 리뷰 커뮤니티로 시작해 2015년 왓챠플레이를 출시하며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박 대표가 창업자로 지분 15.8%를 보유하고 있으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산업은행·카카오(035720)벤처스·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이 주요 투자자로 포진해 있다.
왓챠는 OTT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게임사와 콘텐츠 업체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 크래프톤(259960)과 카카오·쿠팡 등이 새 주인 후보로 거론된다. 왓챠는 지난해 10월 전환사채(CB) 발행 당시 기업가치가 3380억 원으로 평가됐다. 매각 지분의 규모 및 가격은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지난해 인정된 몸값보다는 일부 할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표는 왓챠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본인 지분의 매각은 최소화하면서 인수 기업에 남아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왓챠가 경영권 매각에 나선 것은 아직 적자 상태인데 넷플릭스와 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 등 경쟁사들은 한층 덩치를 키우며 물량 공세를 펴 생존이 불투명한 처지에 몰리고 있어서다. 실제 왓챠는 월간 이용자 수(MAU)에서 OTT 업체들 중 6~7위로 밀려나 최하위권에 있다. 특히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및 사업 차별화를 위해 추진한 프리IPO가 금리 상승과 기술·성장주에 대한 투자 기피로 사실상 실패한 것이 매각으로 선회하는 직접적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다.
왓챠는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이 708억 원, 영업손실은 248억 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조속히 적자를 탈피하기 위해 사업 구조 조정을 추진하면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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