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면 우리나라 중·단기금리에 상당한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6월부터 실시한 양적긴축(QT)이 국내 시장금리에 미칠 영향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다.
28일 구병수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과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국면별 기대인플레이션과 기대프리미엄이 국내 수익률곡선에 미치는 비대칭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장단기 금리차는 최대 0.6%포인트가 축소된다”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수익률곡선이 대외요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고인플레이션 시기에 미국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은 통화정책 경로를 통해 국내 중·단기금리에 상당한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물가 충격으로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이 급격하게 상승하면 미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 기대가 형성된다. 그러면 내외금리차 축소를 예상한 신흥국이 자본유출이나 자국 통화 가치 하락 압력에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보고 명목 기대단기금리가 상승한다는 논리다.
반면 저인플레이션 시기에는 미 연준의 양적완화, 테이퍼링, 양적긴축이 시행됐던 시기와 겹쳤다. 해당 기간에 미국 기간 프리미엄의 영향이 큰 것은 글로벌 유동성 증감에 따라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입 등에도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구 과장은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글로벌 충격도 국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따라서 국내 물가 안정을 달성하려면 인플레이션 기대 관리가 긴요하다는 평가다.
구 과장은 “한은이 지난해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했으나 물가 상승 압력이 심화되고 있어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 관리가 한층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올해 6월부터 실시된 미 연준의 양적긴축은 과거에 비해 그 속도가 빠르고 금리인상과 동시에 진행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그 영향을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시장금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