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분기에 역대 두 번째로 높은 77조 2000억 원의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이번 분기 매출의 일등 공신은 ‘반도체’였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령, 우크라이나 사태, 인플레이션과 수요 위축 등 온갖 대외 악조건 속에서도 견조했던 서버 시장 수요에 대응하며 스마트폰 사업 부진을 상쇄했다.
실적 선방에도 삼성전자는 마냥 웃지 못했다. 경영 환경 악화로 지난해 3분기부터 이어온 분기 매출 신기록 행진이 멈췄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스마트폰 사업은 물론 굳건했던 반도체 판매량마저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량 증대에 승부수를 걸었다. 시장 상황 악화로 올해 세웠던 설비투자 계획도 재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28일 열린 실적 발표회에서 올 2분기 매출은 28조 5000억 원, 영업이익은 9조 98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4%, 44% 성장한 수치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로도 6%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역사상 가장 좋은 매출 실적이다.
DS 부문은 데이터센터(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실적이 견조했기에 신기록 경신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PC 시장 위축에도 비대면·인공지능(AI)·클라우드 시장은 성장이 이어지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인 서버용 칩 판매량이 확대된 것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모바일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해 이 분야 D램·낸드플래시 제품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밑돌았다”면서도 “서버용 메모리반도체는 업계 최대 판매량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반면 고객들의 소비심리 위축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부문의 실적은 둔화했다. MX 부문의 2분기 매출은 29조 34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했다. 다만 전 분기 대비 매출이 9% 내려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영업이익은 2조 6200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약 19% 줄었다. MX 부문은 이날 실적 발표회에서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6200만 대라고 밝혔다. 1분기에 발표했던 판매량이 7400만 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전 분기보다 16%나 감소한 셈이다.
삼성전자 MX 부문 관계자는 “지정학적 이슈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전 분기보다 시장 수요가 감소했다”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가 상승은 물론 원화 약세까지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들어 정보기술(IT)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2분기 실적을 이끌었던 반도체 부문마저 불투명한 시장 환경 속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한 부사장은 서버용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한 질문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 서버 고객사들도 재고 조정을 할 수밖에 없고, 메모리 수요에도 일부 영향을 준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을 대비해 수시로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답했다.
냉랭해지는 시장을 보며 내년 반도체 설비투자도 재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SK하이닉스,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은 하반기 시장 악화를 염두에 두고 내년도 설비투자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부사장은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2분기부터 수요 위축을 경험한 가전·MX사업부에서도 하반기 불확실한 시장 상황을 우려했다. 김성구 삼성전자 MX 부문 상무는 “시장, 국제 정세 불안정과 경기 하락으로 하반기에는 전년 수준 유지나 소폭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먹구름이 드리운 시장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이익이 많이 남는 프리미엄 제품 위주의 마케팅을 진행한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 분야의 경우 조만간 출시되는 신형 폴더블폰을 내세워 수익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김 상무는 “폴더블폰을 갤럭시 노트 이상으로 판매해 본격적으로 대중화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가전 사업도 주력 제품인 TV 분야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김영무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상무는 “TV 시장은 하반기 성수기로 접어들게 되겠지만 시장 수요는 불확실하다” 며 “네오 QLED TV를 필두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의 경우 110인치 제품 외 89인치 TV를 도입해 프리미엄 신시장 개척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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