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대체육 시장 공략을 위한 고삐를 더욱 바짝 죈다. 지난해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하고 B2B(기업 간 거래) 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1년 만에 B2C(기업과 소비자가 거래)분야로 영역을 넓혀 사업을 확장한다. 테슬라의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준 것처럼 베러미트로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해 국내외 식품시장의 대전환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송현석(사진) 신세계푸드 대표이사는 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데블스도어 센트럴시티점에서 ‘베러미트 신제품 론칭 및 비전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이날은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베러미트 브랜드 출시를 발표한 후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다.
신세계푸드가 이날 야심 차게 공개한 제품은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 캔 햄이다. 지금까지는 베러미트 제품을 다른 회사에 납품하는 B2B 시장에 주력했는데 이번 제품 출시로 B2C 분야에도 본격 진출하게 됐다. 이 제품은 대두단백과 식이섬유 등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들었다. 기존 캔햄 제품의 경우 동물성 성분이 캔 안에 오래 있으면 산화하기 때문에 아질산나트륨이라는 보존료를 넣는다. 그러나 베러미트 신제품에는 이 보존료를 일절 쓰지 않았다.
특히 스팸으로 유명한 미국의 ‘호멜’보다 먼저 대체육으로 만든 식물성 캔 햄을 선보인 점이 이목을 끈다. 송 대표는 "1926년 호멜이 스팸을 개발한 이후 캔 햄 제품이 전 세계에 확산했다"며 "이번 신제품 출시로 약 100년만에 동물성 캔 햄이 식물성 캔 햄으로 바뀌기 시작한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세계푸드는 이번 제품 출시를 기점으로 베러미트 사업을 더욱 확장할 방침이다. 직접 운영하고 있는 급식, 외식 등 각 사업에도 베러미트 제품 활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실제로 자체 간편식 브랜드 ‘올반’에 들어가는 햄과 베이컨을 베러미트 제품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달 30일에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국내 최초의 식물성 정육 델리 ‘더 베러’를 공식 오픈하고 다음 달부터 이곳에서 식물성 런천 캔 햄을 판매한다.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선다. 최근 비건(채식주의)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 600만 달러를 출자해 대체육 전문회사 ‘베러푸즈(Better Foods)’를 설립하기로 했다. 베러푸즈를 통해 미국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고 대체육뿐 아니라 대체 음료 등 다양한 상품 출시로 해외시장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송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베러미트로 국내외 식품 시장 지형도를 싹 바꾸는 것이다. 그는 “테슬라가 전기차를 처음 선보였을 때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이 불편해했지만, 지금은 대다수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며 “베러미트로 촉발될 대전환의 노력이 국내외 식품시장에 퍼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대체육이란 용어에 대한 대안도 제시했다. 송 대표는 “베러미트는 ‘대체육’보다는 ‘대안육(代案肉)’이라고 표현하고자 한다”며 “기존의 축산물과 가공육이 사람의 건강, 지구 환경, 동물 복지에 미치는 좋지 않은 영향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식품기업들은 대체육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식물성 식품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2025년까지 매출액을 2000억 원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농심·풀무원·오뚜기 등도 자체 비건 브랜드를 잇달아 론칭하며 제품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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