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를 청정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면 어떨까. 폐기물에서 에너지를 뽑아내기 때문에 원료 조달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며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도 배출되지 않는다. 잔여물이 쌓여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지도 않는다.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국내 최초로 수소 생산·판매 체계를 갖춘 충북 충주시 봉방동의 바이오수소융복합충전소로 향했다.
올해 4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충주 수소충전소는 정부·충북도·충주시·고등기술연구원과 현대로템 등 민간 기업이 손을 맞잡고 지었다. 이곳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수소를 생산해 충전·판매까지 한다.
먼저 충주 전역에서 모인 음식물 쓰레기(하루 60톤)를 밀폐된 혐기성 소화조에서 25일 동안 미생물로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메탄가스가 만들어진다. 마치 동물의 위장에서 음식물이 소화되면서 방귀가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메탄가스는 1톤당 이산화탄소 21톤만큼의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물질이지만 이곳에서는 메탄가스로부터 99.999%의 고순도 수소를 뽑아낸다. 국산화율 90%를 자랑하는 현대로템의 수소추출기가 이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수소를 뽑아내고 남는 물질은 미생물과 음식물 쓰레기의 흔적인 소화액뿐으로 하수처리장에서 다시 깨끗한 물로 정화된다. 처치 곤란인 음식물 쓰레기뿐 아니라 인분·축분도 똑같이 완벽하게 재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바이오수소는 하루 평균 400㎏ 수준으로 수소차 63대가량이 가득 충전할 양이다. 수소차 운전자는 충주 수소충전소에서 ㎏당 7700원 안팎의 가격으로 연료 탱크를 채울 수 있다. 국내 유일의 수소승용차인 ‘넥쏘’를 가득 충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약 4만 8000원. 연비를 감안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리고도 100㎞ 정도를 더 달릴 수 있다. 바이오수소는 가정과 산업 현장의 각종 에너지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충전용으로 판매되고 남은 수소는 전용 운반 트럭인 튜브트레일러(TT)에 실어 전량 외부에 판매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바이오수소는 수소 중에서도 가장 친환경적인 ‘그린수소’로 분류된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이라는 의미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만드는 ‘수전해수소’는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기를 쓰면 그린수소,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면 덜 친환경적인 ‘블루수소’로 구분된다. 석유화학·철강 공장에서 부산물로 얻어지는 ‘부생수소’는 1㎏당 이산화탄소 5~10㎏이 배출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지 않은 ‘그레이수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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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성 외에도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한 바이오수소 생산은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어떤 지역에서든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기 때문에 각 지역에서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 부생수소의 경우 화학·철강 공장이 밀집한 서산·울산 등지에서 주로 생산돼 다른 지역으로 공급될 때 물류비가 많이 든다. 물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등기술연구원의 송형운 박사는 “서산에서 충주까지 수소를 실어오면 ㎞당 3000~4000원의 물류비가 들지만 충주 내에서는 1000원꼴”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수소는 에너지 가격 변동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때 함께 생산되기 때문에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인 원유 가격이 오르면 덩달아 값이 뛴다. 실제로 ㎏당 8800원 정도였던 부생수소 가격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122달러까지 뛰었던 올 6월 ㎏당 1만 600원까지 올랐었다.
태양광·풍력·수력발전은 발전소를 짓느라 멀쩡한 산림과 강, 생태계를 훼손하는 사례가 적잖이 발생했지만 바이오수소는 이 같은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아직 대용량 발전 기술이 확보되지 않은 수전해수소에 비해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는 강점도 갖췄다.
송 박사는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할 수 있는 바이오플랜트는 이미 전국에 100개가 있고 바이오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 역시 이미 상용화된 만큼 더 많은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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