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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돈만 먹는 해외사업' 손절…디스플레이 '돈되는 OLED' 올인

[사업재편 숨가쁜 5대그룹]

복합위기에 선택과 집중 나서

포스코·동국제강 中·브라질 철수

컬러 강판 등 고급화 전략 나서

삼성·LG는 '프리미엄TV' 겨냥

저가 LCD 대신 사업구조 고도화

SKC, 점유율 4위에도 필름 접어

2차 전지·반도체·동박 등 육성





국내 대기업들이 적자가 지속되거나 향후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사업을 잇달아 정리하고 나선 데는 생존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대기업의 사업 매각은 지배구조 개편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 법령상 우려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대두되는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생존 전략’ 차원에서 비핵심 사업을 팔아치우는 것이다. 사업 재정비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기업의 신성장 동력이 될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에 집중해 경영 안정성을 도모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철강사, 적자 해외 법인 정리=29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과 포스코가 전체 지분의 절반을 보유한 브라질 CSP제철소가 글로벌 2위 철강 업체인 아르셀로미탈에 매각된다. 아르셀로미탈은 전날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CSP제철소 주주들과 22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에 CSP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CSP제철소는 브라질 광산 업체인 발레가 지분 50%를 보유 중이며 동국제강과 포스코가 각각 30%, 20%를 갖고 있다.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를 생산하는 CSP제철소는 운영을 시작한 이듬해인 2017년부터 4년간 2조 원이 넘는 순손실을 낼 만큼 부진했다. 브라질 현지의 경제 상황과 시황 악화 등에 발목이 잡혔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슬래브 가격이 치솟으면서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발레 측은 CSP제철소를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하고 매각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동국제강은 이달 초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2001년 동국제강그룹 자회사 유니온스틸의 중국 현지 법인으로 설립된 ‘동국제강 중국법인(DKSC)’의 지분 90%를 중국 장인 지방정부에 매각함으로써 20년 만에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 DKSC는 저가 범용재 위주의 판매가 주를 이루다 보니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다. 최근 컬러강판 등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는 동국제강의 사업 방향과도 차이가 있어 매각을 결정했다. 최근 3년간 누적 손실만도 700억 원에 달하고 지난해 DKSC의 공장 가동률은 8%에 그칠 만큼 사업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국내외 비수익 사업 정리에 나선 철강사는 동국제강뿐만이 아니다. 포스코도 중국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단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중국 광둥성 차량용 강판 생산 법인 광둥CGL의 지분을 올해 초 하강포항에 넘겼다. 하강포항은 포스코와 중국 철강사 허베이강철의 합작법인인데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위해서다. 올해 경영 목표를 유휴자산 매각으로 정한 KG스틸은 당진 공장 전기로와 인천 공장 생산라인 일부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LCD 시장 최종 철수=최근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수익성이 약화하는 사업을 과감하게 접는 대신 그 역량과 비용을 사업 구조 고도화에 투입해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기조가 뚜렷하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에서 줄줄이 철수하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LCD 사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사업성이 떨어진 데다 TV 수요 감소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7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조정하고 있다”며 LCD TV 부문의 사업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는 내년 중으로 아예 생산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대신 프리미엄TV 시장 등을 겨냥해 고부가가치 사업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중심으로 성과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6월 LCD 사업 철수를 결정한 상태다. SK그룹의 소재·화학 기업인 SKC는 지난달 회사의 모태인 필름 사업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했다. SKC가 1977년 국내 최초로 폴리에스테르(PET) 필름을 개발해 상업화한 후 필름 사업은 기업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현재도 SKC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며 세계 시장점유율 4위의 경쟁력도 갖췄다. 하지만 성장이 정체되고 수익성이 떨어지자 SKC는 필름 사업을 포기하기로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과 회사가 보유한 물적·인적 자원은 2차전지·반도체·친환경 사업에 중점적으로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자회사 SK넥실리스를 통해 최근 주력하고 있는 전기차용 동박 공장 증설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금리가 오르고 경기 전망이 비관적인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그간의 투자나 사업을 보수적으로 정리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수익성이 악화할 우려가 높은 사업을 선제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유동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전사적인 차원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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