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고공행진을 이어온 이동통신 업계가 전기료 인상이라는 악재에 비상이 걸렸다. 하반기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e심 도입으로 이통 3사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료 인상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회선 유지를 위해 대용량 전력 사용이 필수인 이통사들의 사업 특성상 전기료 인상은 수익성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31일 금융감독원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이동통신 3사는 전력수도비·수도광열비 명목으로 총 9600억 원을 지출했다. 2020년 9418억 원에서 2% 늘어난 수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 사용량이 롱텀에볼루션(LTE)보다 많은 5G 인프라가 보급되며 전력 사용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통신 3사 총 영업이익은 4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의 4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이 전기료로 사용되는 것이다.
각 사별 비용은 KT(030200)(전력수도비)가 3643억 원, SK텔레콤(017670)(수도광열비)이 3506억 원, LG유플러스(032640)(전력사용료)가 2451억 원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목은 ‘전력수도비’, ‘수도광열비’ 등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대부분이 전력비용”이라며 “유무선망과 데이터센터(IDC) 운영에 많은 전력이 들어 이부분 비중이 큰 KT의 전력 소모가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하반기부터 이통 3사 전력사용료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전기료 인상이 예고돼 있는 탓이다. 한국전력은 7월부터 ㎾h당 전기료를 5원 인상했고, 10월에는 기준전기료도 ㎾h당 4.9원 올릴 계획이다. 이로 인해 SK텔레콤과 KT의 경우 올해 전기료만 각각 40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 사용량 급증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부담도 크다. 이통 3사가 최근 내놓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LG유플러스가 139만8814t(톤)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KT 134만 3964tCO2eq, SK텔레콤은 105만1380tCO2eq였다. SK텔레콤과 KT는 2030년까지 각각 2000억 원,1000억 원의 탄소배출권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통 3사는 전기료 경감을 위한 정책 지원을 바라고 있다. 이통사들이 국가기간망을 운영하는 만큼 부담을 줄여달라는 것이다. 최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통 3사 CEO 면담에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통신망의 높은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도 “IDC와 통신설비의 공공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탄소배출권 규제가 통신산업에 유연하게 적용 가능할지 환경부와 협조해 달라”고 했다.
8월부터 도입되는 5G 중간요금제도 통신사 수익성에는 부담이다. SK텔레콤이 8월 5일 중간요금제 출시를 밝히며 KT와 LG유플러스도 유사 요금제를 내놓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은 24GB 기준 월 5만9000원의 요금제를 제시했다. 24GB는 5G 평균 사용량인 점을 감안하면, 기존 6만9000원의 110GB 요금제 이상을 사용하던 이용자 다수가 신규 중간요금제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 대다수의 평균 요금이 월 1만 원 줄어드는 셈이다.
9월 도입 예정인 e심(전자SIM)도 통신사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제도다. 물리적인 기존 유심(USIM) 사용이 줄어들고 소프트웨어 다운로드로 대체되면서 유심 판매 수익은 줄어든다. 현재 통신 3사는 유심 판매 가격으로 6600~8800원을 받고 있다. e심이 도입되면 한 휴대전화에서 2개 번호 사용이 가능해진다. 이용자들이 두번째 번호는 저렴한 알뜰폰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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