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의 퇴원 신청을 거부할 경우 그 이유를 서면으로 알리지 않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퇴원 거부 사유 등에 대한 서면 통지 절차가 준수될 수 있도록 정신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다고 1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올해 2월 한 정신의료기관에 보호입원된 진정인은 병원에 여러 차례 퇴원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병원이 퇴원 거부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해 주지 않아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보호입원이란 정신의료기관 입원 유형 중 하나로,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이 신청해 비자발적으로 진행되는 입원을 말한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보호입원 환자의 퇴원은 환자 본인 또는 보호의무자가 신청할 수 있으며, 이때 정신의료기관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 치료 등의 이유로 퇴원을 불허할 경우 정신의료기관장은 퇴원 불허 사유와 추가적인 퇴원심사 청구 방식 등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진정 대상이 된 병원은 주치의가 진정인에게 퇴원 신청에 대한 거부 이유 등을 말로 설명했으며, 이 같은 내용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병원이 진정인에게 제공한 퇴원신청서에도 '신청서를 받은 경우 환자를 지체 없이 퇴원시키거나 퇴원 거부 사유 및 퇴원심사청구권 고지서를 환자에게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병원 측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관련 법 규정은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개연성이 높은 정신의료기관에서 신체의 자유와 같은 입원환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매우 중대한 규정임에도 이를 전혀 모른다는 것은 퇴원과 관련해 환자 본인의 의사보다 보호의무자의 의사를 중시하는 인식과 관행에 기인한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신건강복지법은 병원이 퇴원 요구를 거부할 경우 환자에게 구제 절차로서 퇴원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병원은 퇴원심사 내용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에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호입원 환자의 퇴원 불허 사유 및 퇴원심사청구권에 대한 서면 통지 절차가 준수될 수 있도록 전국 정신의료기관 종사자에게 관련 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병원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정신건강법 제89조에 따라 병원장에게 과태료 처분을 내리도록 권고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