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재정 허리띠를 바짝 죄고 있지만 대선 정국에서 무분별하게 내건 공약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지출 구조 조정 전 대선 공약의 거품부터 걷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민심 이반에 고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이런 공약을 밀어붙일 태세여서 재정 개혁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 미지수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병사 월급 200만 원은 접어야 할 대표 공약으로 꼽힌다. 정부는 현재 67만 6000원인 병장 월급을 2023년 100만 원, 2024년 125만 원, 2025년 150만 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또 자산 형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병사들에게 주는 정부 지원금도 현재 14만 1000원에서 2023년 30만 원, 2024년 40만 원, 2025년 55만 원으로 인상한다. 이대로면 2025년에는 월급과 정부 지원금을 합해 병장 기준 205만 원을 지급하게 된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 관계자는 1일 “(이번 공약에) 내년에만 추가로 드는 재원이 8000억~9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국방부는 ‘2021~2025 국방 중기 계획’을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국방 예산 증가율로 6.1%를 제시했는데 이번 공약으로 증가율이 6%를 크게 웃돌 수 있다.
부모급여 신설도 재검토해야 할 공약으로 지목된다. 현재 모든 만 0~1세 영아에게 매달 30만 원씩 지급되는 영아수당이 내년부터 부모급여로 확대 개편된다. 내년부터 만 0세는 월 70만 원, 만 1세는 월 35만 원씩 받게 되며 2024년부터는 각각 100만 원과 50만 원으로 늘어난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영아수당에 편성된 예산은 3731억 원”이라며 “부모급여로 확대 개편되면 내년에만 1조 원대 중반 정도의 재원이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아동수당(만 7세 이하에게 월 10만 원), 첫만남이용권(출생아당 200만 원) 등 비슷한 현금성 복지가 있는 만큼 공약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복지 확대 공약으로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세제개편안 등을 보면) 세입은 줄어든다”며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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