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 부각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인력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논의가 시작됐다. 전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국내 자력 기술의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린 쾌거는 국내 출연연 가운데서도 열악한 항우연 구성원의 처우 문제도 함께 관심사로 떠올랐다.
1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항우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 관련 기관들은 항우연 연구진 처우 개선을 위한 초기 논의에 들어갔다. 기재부는 현재 항우연 내부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있는 단계에 있으며 항우연은 개선 요구 사항 도출을 위해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기관이 관계돼 있지만 결국 열쇠를 쥔 곳은 예산 권한을 갖고 있는 기재부다. 기재부는 제도 개선, 추가 예산 편성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의견을 수렴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처우 개선에는 결국 예산이 필요한데 정부 직접 출연금을 늘리는 방법 이외에도 여러가지 제도 변화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여러 방법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그간 항우연 노조 등이 요구한 바에 비춰 시간외 수당 보장, 기능직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 등도 요구 사항 안에 포함될 수 있다.
노조는 처우 개선과 관련 수권예산 상한선을 인상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수권예산이란 연구 과제 수주액, 정부출연금 등을 포함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예산을 말한다. 연구과제를 통해 인건비를 충분히 확보해도 수권예산 상한이 낮아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이 연구진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노조 측은 상한만 조정하면 추가 예산을 따로 편성할 필요 없이 처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항우연의 수권예산 상한은 약 900억 원이며 약 65억 가량을 올리는 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역시 항우연 처우 개선에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방법을 두고는 셈이 복잡해지고 있다. 다른 출연연을 두고 항우연만 수권예산 상한을 높이게 되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한 직후 프로젝트를 도맡은 항우연 연구진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들의 초임 연봉은 3825만원 수준으로 25개 출연연 중 21~22위 수준이어서 일각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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