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가운데 제대혈 시장 규모는 오히려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태어나는 출생아 수가 급격히 줄어 들어드는데도 신규 제대혈 보관 수는 늘어나며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세포 치료제 발달에 대한 기대감 증폭과 제대혈 보관 기술 발달과 마케팅 강화로 인해 부활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신규 제대혈 보관 건수는 지난해 2만 1771건으로 2020년 2만 535건에서 6% 성장했다. 2017년 2만 97건, 2018년 2만 1452건, 2019년 2만 1458건, 2020년 2만 535건 등 정체 내지 하락세를 보이던 데서 반등했다. 출산율 감소를 주요 기저 효과로 '황우석 사태', 법적 소송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제대혈 산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모처럼 몸집이 커진 셈이다. 특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합계 출산율이 2020년 기준 0.81명으로 출생아 수가 2006년 45만 명에서 26만 명으로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출생아의 탯줄에서 채취하는 제대혈의 시장 규모가 절대적으로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제대혈은 장기간 냉동 보관했다가 향후 배양을 통해 난치병 치료제에 활용한다.
업계에서는 공통적으로 제대혈을 기반해 개발되는 세포치료제의 성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다시 보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메디포스트(078160)는 제대혈을 여러 주머니에 나눠 보관하는 '멀티백'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2020년부터 적용하고 있다. 배양을 위해 해동과 냉동을 반복하면 세포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이를 막기 위해 메디포스트는 처음 보관할 때부터 4개의 주머니에 나누는 신기술을 도입했다. 멀티팩 국산화를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과정에 참여한 홍혜경 메디포스트 제대혈은행 전무는 "최근 다양한 세포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는 만큼 멀티팩의 활용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유리화 난자 동결 기술을 개발한 차바이오텍(085660)도 기술력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판교 제2테크노밸리 CGB(Cell Gene Biobank)의 2024년 말 완공에 맞추어 제대혈 보관 시설을 더욱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들의 매출 규모도 확대하고 있다. 제대혈 보관 사업 관련 메디포스트의 지난해 매출은 258억 원으로 전년보다 22.9% 성장했고, 차바이오텍은 103억 원으로 전년 대비 45.1%, 지씨셀(144510)은 14억 원으로 40% 매출이 늘었다.
또한 변화된 환경에 맞춰 마케팅을 강화한 게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전체 출생아 수는 줄어도 제대혈 한 건당 만들어지는 사업 규모는 더 확대된다. 실제 업계에서는 출생아 수 대비 제대혈 보관 비율이 2017년 5.3%에서 지난해에는 7.5%로 증가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50만 원 안팎인 15년 보관 상품보다 최근에는 400만 원에 달하는 30년 또는 평생 보관 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며 "자녀를 한 명만 낳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비싼 값에도 이왕이면 프리미엄 상품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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