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폐기물 재활용업체 알엠(RM)의 선별 공장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갈색의 맥주 페트병, 하얀 색의 막걸리 페트병과 함께 투명한 생수 페트병이 컨베이어 벨트 위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로봇 팔 ‘리플봇’은 맥주 페트병과 막걸리 페트병을 골라내고 투명 페트병만 모았다.
알엠은 이 같은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환경부와 협력해 17억9100만원을 투자했다. 플라스틱은 각 재질별로 다른 파장을 지녔는데 알엠의 리플봇은 이를 활용해 투명 페트병만 모았다.
비닐라벨이 사라진 생수병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정부는 2020년 12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투명 페트병의 라벨을 제거한 뒤 배출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한 뒤 지난해 12월 단독주택 지역으로 확대했다. 투명 페트병은 플라스틱 중 가장 재활용 가치가 높다.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이 섞이지 않고 음식물 등 오염물질이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류를 만드는데도 사용하며 더 나아가 생수통 등 식품용기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알엠은 고품질 투명 페트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임범진 알엠 대표이사는 “아파트 등에서 투명 페트병 분리수거를 진행하고 있지만, 재활용 업체의 수거 후 일반 페트병과 섞이는 일이 다분하다”며 “투명 페트병은 일반 페트병보다 활용성이 높은 만큼 별도 분리 배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 역시 “투명페트병의 고품질 재활용은 선별·재활용업체의 역할이 크다”며 “고품질 재활용 확대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와의 협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환경부가 투명페트병에 이어 폐전자제품과 폐배터리도 별도 배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전용 수거함을 마련해 폐전자제품을 모은 뒤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세계적인 공급망 대란 속에 재활용 활성화를 통해 자원안보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장관은 이날 충남 천안시 재활용 선별장을 찾아 “자원 무기화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생활폐기물에서 희소금속 추출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투명페트병 별도배출제 시행 이후 국내 고품질 플라스틱 재생원료 생산량이 1년 만에 2.2배 증가했다”며 “투명페트병처럼 전기전자제품과 폐배터리의 별도 배출에 이어 열분해 등 재활용 활성화로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장관의 현장 방문은 투명 페트병 선별 공장과 환경 미화원들의 현장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미화원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청소차의 뒷편에 매달려 이동하는 행위가 금지됨에 따라 작업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생활폐기물수집운반업체 세창이엔지의 박철규 부장은 “현실성을 배제하고 우선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다보니 수거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업무처리가 쉽지 않다”며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한시적으로라도 청소 차량에 대해서는 중대재해법의 예외를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 장관은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청소차 현대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