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정한 허리, 앙상한 다리, 뒤뚱거리는 몸짓. 약해 보이는 할머니들의 겉모습이다. 하지만 그들의 왜소한 몸에는 살아온 삶의 강한 힘이 숨어 있다. 없이 사는 사람들 편에 서서 싸우며 그 누구든 아름다운 꽃이라고 외치는 ‘헤일리 할머니’가 있고, 공무원이 되어 마을의 어려운 형편을 돌본 ‘어요나 할머니’가 있다. 선생님이 되어 제자들의 꿈도 기꺼이 품어준 ‘한영 할머니’는 존경스럽고, 축구라면 사족을 못 쓰는 두 사내아이들을 길러낸 ‘가브리엘라 할머니’도 대단하다.
그림책협회 사무국장을 지낸 그림책 작가 이제경이 쓰고 그린 ‘할머니 체조대회’는 도전과 실수를 통해서 본 여성의 삶과 꿈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들은 여성이라는 것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았을지도 모른다”면서 “할머니, 어머니, 여성…이들은 누군가를 위해 맞추거나 희생해야하는 분들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오롯이 만들어 가고 싶은 소중한 존재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작가는 비슷한 시절과 경험을 공유한 네 명의 여성 작가들과 연대했다. 젊은 날을 회상하는 할머니들의 그림 컷 중 일부를 이들과 공동작업했다.
출간에 맞춘 그림 전시가 28일까지 광진구 갤러리 사진적에서, 이어 다음달 8일까지 구로구 천왕산 책쉼터에서 열린다. 1만6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