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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선 열흘에 한번꼴 태양광 가동중단…결국 값비싼 LNG로 대체해야 할 판

[발전량 5분의 1인데…원전보다 많아진 태양광]

잉여전력 수출할 전력망 구축 손놔

과부하 정전 우려…툭하면 출력제어

발전안정성 72%로 42개국 중 꼴찌

보조전원 LNG값은 1년새 3배 껑충

2030년까지 망 보강에 78조 드는데

'적자' 한전, 감당 불가…전력대란 공포





제주 지역은 지난해부터 넘쳐 나는 태양광 설비에 몸살을 앓고 있다. 태양광 발전량이 송·배전망 등 전력 계통 내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져 지난해 10월에는 사상 첫 태양광 출력 제어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출력 제어는 올 들어 열흘에 한번꼴로 시행 중인데 태양광 발전효율이 가장 높은 봄철에 집중되고 있다.

전력거래소 측은 전력 생산량이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 정전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출력 제어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내년 말께 제주와 내륙을 잇는 ‘초고압직류 송전선로(HVDC) 제3연계선’ 개통으로 잉여 전력을 내륙으로 송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태양광 설비가 늘고 있어 출력 제어가 제주뿐 아니라 내륙에서도 시행될 수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 수급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태양광 보급 확대에 주력한 반면 관련 전력 계통망 구축은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북한에 가로막힌 사실상 ‘에너지 섬’이기 때문에 신재생 설비가 생산한 잉여 전력을 국외로 내보내기 불가능한 구조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러시아 등과 전력 계통망을 연결하는 이른바 ‘동북아 그리드’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망상에 가까운 구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태양광발전은 겨울 같은 경우 하루에 4시간 정도만 제한적으로 가동되며 봄에는 계통망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량이 넘치는 문제가 있다”며 “지금까지는 이 같은 태양광발전의 간헐성 문제에 어떻게든 대응을 해왔지만 이 같은 태양광 보급 추이가 계속될 경우 전력 계통망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 태양광발전 설비량은 최근 5년여 사이에 네 배 가까이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말 5062㎿(메가와트) 규모였던 국내 태양광 설비는 이달 2만 31㎿로 사상 처음으로 20GW(1GW=1000㎿)를 넘어섰다. 해당 통계가 자가용 태양광 설비는 제외한 수치라는 점에서 관련 설비량까지 포함하면 국내 태양광 설비는 이미 원전 설비량(23.25GW)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초 국내 태양광 총 설비가 21GW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 같은 태양광 과속 정책의 문제는 여럿이다. 대표적인 문제는 발전 안정성이다. 태양광은 기후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같은 보조 전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글로벌 LNG 가격은 최근 1년 새 세 배 가까이 뛰었으며 LNG에 의존한 발전 방식은 수급 불안 우려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우리 태양광발전의 안정성이 매우 낮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등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 태양광과 풍력 안정성의 지리적 제약’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신재생발전 안정성은 분석 대상 42개국 중 42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관련 수치는 72.2%에 불과해 러시아(90.9%), 캐나다(89.8%), 호주(89.5%), 이집트(88.2%), 미국(87.7%), 중국(87.5%) 등과 큰 차이를 보였다.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 설비 확충으로 전력 계통망 구축에 천문학적 예산을 추가 투입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지난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에 따른 신재생 설비 확충 영향으로 2030년까지 송전·변전·배전 등 전력 계통망에 78조 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NDC 상향 이전 대비 관련 전력 계통망 투입 비용이 30조 5000억 원가량 늘었다.

관련 비용 대부분은 한국전력이 떠안아야 하지만 여력이 없다. 한전은 올 1분기 7조 8000억 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다음 주 공개되는 2분기 실적 또한 5조 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 한전은 전력망 구축을 위한 예산 확보보다 자본잠식 가능성을 막기 위한 부채 감축에 ‘올인’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수년 뒤 전력계통망 문제로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수도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신재생 보급에 주력하고 있는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과 달리 특정 시간대에 과잉 생산된 태양광발전 전력을 내보낼 곳이 없다. 반면 EU 소속 국가 중 대표적인 ‘신재생 강국’으로 불리는 독일은 오스트리아·폴란드·체코·네덜란드 등으로 과잉 생산된 재생 에너지를 송출하고 전력이 부족할 때는 원전 발전 비중이 70%에 달하는 프랑스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EU 소속국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독일도 최근 러시아산(産) 천연가스 수급 문제로 석탄발전 및 원전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에 있다”며 “에너지 안보 문제가 부각되면서 신재생 설비 확충 계획 또한 상당 부분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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