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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우영우’와 ‘起業家精神’

■고광본 선임기자

‘우영우’ 차별화·역발상 문제 해결

‘業’ 일으키는 기업가정신과 부합

대통령실·정부·정치권·산학연 등

기업가정신 함양해 미래 개척해야





“고래에게 수족관은 감옥입니다. (중략) 평균 수명이 40년인 돌고래들이 수족관에서는 겨우 4년 밖에 살지 못합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아시겠습니까?”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드라마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가 한 말이다. 실제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는 마음대로 활동도 못하는 데다 여기저기 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초음파 소음에 큰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사람을 좁은 우리에 가둬 놓고 이명이나 환청에 시달리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이큐가 80~100이나 되는 돌고래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우영우는 역발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차별화된 관점으로 접근하니 창의적인 해법이 나온다. 실례로 한 할머니가 공무원 출신 치매·의처증 남편의 이마를 다리미로 쳐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되자 형법이 아닌 민법을 따져 변호한다. 할머니가 남편을 살해하려 했다면 공무원연금과 빌라 등을 상속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어필한다. 머리를 세게 흔들면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도 덧붙인다. 결국 살인미수죄는 무죄, 상해죄는 집행유예를 끌어낸다.

드라마 얘기를 길게 꺼낸 것은 우영우가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대로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정신(起業家精神)을 갖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굳이 기업(企業)의 꾀할기(企) 대신 일어날기(起)를 쓰는 것은 각 분야에서 도전 정신과 모험 정신을 발휘해 업을 일으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는 교육 혁신과 인재 양성, 영향력이 큰 연구를 하는 게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길이다. ‘논문을 위한 논문’이나 ‘특허를 위한 특허’가 아니라 정말로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연구를 해 산학 협력과 기술 사업화에 나서는 것이다. 인재 육성도 마찬가지다. 기술 이전이나 창업을 활발히 꾀하면 교육이나 연구에 소홀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생생한 학습이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길이다. 국가연구소(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공공 연구원)에서는 국가 임무형 연구와 사회 문제 해결형 연구에 몰두할 수 있고 연구자가 원하면 과외로 개인 연구를 하면서 조직이나 우리 사회와 윈윈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춰주는 게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그저 인건비를 벌충하기 위해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를 수주해 연명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우리 대기업도 관료주의가 팽배해 기업가정신이 충만하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 대학이나 국가 연구소 등을 순회하며 ‘기업가정신 토크콘서트’를 하면 적지 않은 대학 총장과 연구원장 등이 기업가정신을 그저 창업만을 장려하는 것으로 해석해 답답한 경우가 많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도전 정신과 모험 정신이 살아 있는 문화·생태계를 만들어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적인데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필요한 곳은 어쩌면 대통령실과 정부·국회·사법부일 것이다. 기업가정신이 부족하다 보니 대통령실은 국가 통합 능력과 비전을 보여주기는커녕 편 가르기에 치중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의 복지부동 문화는 진보 정권이든, 보수 정권이든 매한가지다. 정치권은 리더십과 창의적인 협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정쟁을 일삼는다. 사법부와 검찰 역시 우리 사회의 소금이 되는 게 아니라 짐만 된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각 분야 모두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업의 본질을 되돌아볼 때다.

우영우 드라마에서는 중국 양쯔강에 사는 멸종 위기종인 ‘양쯔강 돌고래’ 얘기도 나온다. 이 고래는 그물이나 어선 프로펠러에 걸려 죽는 바람에 자연 상태에서는 볼 수 없다고 한다. 과연 우리나라도 각자의 분야에서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사회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수족관 돌고래나 양쯔강 돌고래 신세가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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