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 국내로 수입될 곡물 가격은 여전히 높을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가공식품 가격도 올라 당분간 밥상 물가를 잡기가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9일 발간한 보고서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업체들은 국내 도입 기간 등을 고려해 국내 도착 3~6개월 이전에 국제곡물 시장에서 곡물을 매입한다”며 “즉 곡물 수입물가는 국제 가격을 3~6개월 후행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셸당 13달러까지 급등했던 국제 밀 가격은 지난 5월 중순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 부셸당 7달러대까지 내려왔다.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다. 하지만 업체들은 하반기 반입할 밀을 지난 2월~5월경 높은 가격에 구매해 떨어진 국제 가격이 당분간 국내 시장에 반영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국제 곡물 가격이 가공식품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 당분간 가공식품 가격도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식품산업 전체 제조원가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4.8%다. 업종별로 보면 식용유지 78.4%, 제분 73.5%, 제당 65.5% 등 순으로 크다. 제조원가에서 급여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8%임을 고려하면 식품제조업 경영에서 원재료비가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원재료 가격이 오르며 가공식품 공급 원가도 함께 뛰었다. 제분의 경우 원재료비가 전년 동기 대비 47.8% 오르며 가공식품 가격도 41.5% 올랐고, 커피의 경우 원재료비가 27.5% 뛰며 가공식품 가격도 17.9% 올랐다.
연구원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기후 변화 등으로 향후 국제곡물 시장의 위기는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며 “곡물 시장 위기는 국내 가공식품 산업의 생산활동 및 물가에 영향이 매우 크므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농식품 물가의 상승은 특히 저소득층 등의 취약계층에 대한 식품불안정성 우려를 증대시킬 수 있으므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며 “국내 곡물자급률 제고, 해외농업개발, 곡물 유통망 진입 사업 등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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