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인 A씨는 상가 계약이 끝나가자 세입자로부터 권리금을 거래할 신규 세입자를 소개받았다. 문제는 세입자가 장사할 목적으로 점포를 임차해 놓고 지금까지 사무실 용도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A씨는 장사를 하지 않았기에 권리금 거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나, 세입자의 생각은 달랐다. 건물주인 A씨와 세입자의 주장 중 누구의 생각이 맞는 걸까.
건물주는 상가 임대차에서 세입자가 법률상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해줘야 한다. 다만, 세입자가 계약과 달리 임차한 건물에서 계약 기간 대부분을 장사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여기서 권리금은 영업시설, 거래처, 신용, 영업상 노하우, 위치(바닥)에 따른 이점 등을 기준으로 비롯된 금전적 가치를 의미한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는 이와 같은 권리금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세입자는 계약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권리금 거래를 할 신규 세입자를 주선할 수 있고 건물주도 이를 보장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계약 기간 중 상당 기간 세입자가 임차한 점포에서 장사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면 권리금 보호가 되지 않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도 패소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은 건물주 방해로 권리금 회수기회를 놓쳤으니 상응하는 금액을 계산해 배상토록 제기하는 일명 ‘권리금반환소송’을 말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 제10조의4 제2항 제3호에는 ‘임차인(세입자)이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건물주가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거절해도 정당하다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체 계약 기간 중 1년 6개월 이상 건물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건물주가 세입자의 권리금 거래를 거절해도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엄정숙 변호사는 “권리금의 취지는 세입자가 해당 건물에서 장사해 상권 형성의 노력으로 손님이 직접 오고 가는 수익형태여야만 법률상 인정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사무실은 손님이 직접 해당 건물에 오가면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법률상 권리금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만약 세입자가 임차한 건물에서 장사하지 않았다면 권리금뿐 아니라 10년간 장사할 수 있는 갱신요구권까지 위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상임법 제10조 제1항 제2호에는 ‘임차인(세입자)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건물주는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실무에서는 세입자가 1년 6개월 이상 장사 안했지만, 건물주가 권리금 거래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엄 변호사는 “건물주 입장에서 세입자가 건물을 성매매 업소나 불법 도박 업소를 운영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제때 임대료만 들어온다면 세입자에게 간섭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즉 세입자가 계약 기간을 잘 준수했고 임대료까지 연체된 사실이 없다면 권리금 거래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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