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셰어링 1위 업체 쏘카가 증시 침체에도 기업공개(IPO)를 강행했지만 흥행에 실패하면서 컬리 등 하반기 상장을 검토 중인 성장주의 코스피 입성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기술주로 쏘카는 컬리와 케이뱅크 등의 향후 상장 작업에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지난 9일 공모가를 2만 8000원으로 확정했다. 앞서 제시했던 희망 공모가가 3만 4000~4만 5000원보다 17~38% 낮은 액수다. 공모 주식 수도 당초 계획보다 20% 줄인 364만 주를 모집하기로 하면서 공모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1547억~2048억 원을 기대했다 1019억 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쏘카가 지난 4~5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56.0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기관들의 응찰 수요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참여 기관 중 74.5%(290곳)가 희망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기도 했다.
IB업계는 쏘카의 흥행 부진이 가뜩이나 어려운 공모주 시장의 투자 심리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간 기관·연기금·공제회 등 IPO 시장 큰 손들은 쏘카의 수요예측 결과를 예의주시해 왔다. 5월 상장을 철회한 원스토어 이후 처음 나온 성장주 분야 ‘조(兆) 단위 대어’였기 때문이다.
쏘카는 전형적인 ‘적자 성장주’의 특징을 보이고 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 등 글로벌 금리 상승 속에 기업가치를 어떻게 평가받을 지 역시 관심사였다. 쏘카는 지난해 매출이 31% 성장했지만 210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쏘카는 기업 가치 1조 원 사수에도 실패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 분위기를 반영했을 때 대부분의 기관들이 쏘카 공모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쏘카 IPO가 컬리·케이뱅크 등 다른 공모주의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형 자산을 기반으로 4조 원 가량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는 카카오게임즈(293490)의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흥행 기대감도 적잖이 식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컬리의 경우 쏘카와 마찬가지로 매출 성장을 위해 수익성을 희생하는 전략을 써왔기 때문에 향후 상장 추진에 상당한 부담감을 안게 됐다. 컬리는 지난 3월 말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지만 아직 거래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컬리의 지난해 매출은 2020년보다 63.8% 증가한 1조 5614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1163억 원에서 2177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컬리가 지난해 말 마지막으로 외부 투자를 받을 때 4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 현재는 2조 원대로 눈높이가 대폭 낮아졌다” 며 “쏘카의 IPO가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인 기술주의 가치를 평가하는 분수령이었던 걸 고려하면 컬리가 공모 구조나 몸값을 놓고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 쏘카는 이날부터 이틀 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한다. 청약은 미래에셋증권(006800)·삼성증권(016360)·유안타증권(003470)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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