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5일부터 주택금융공사 및 시중은행에서 변동금리·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분할상환으로 갈아타는 우대형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시작된다. 중도상환 수수료 없이 1인당 최대 2억 5000만 원 한도로 3%대 금리로 대출을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제한된 조건에 사실상 수도권 주택을 담보로 한 차주는 적용받기 불가능해 시장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안심전환대출 세부 추진 계획에 따르면 9월 15일부터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의 신청 접수를 시작한다. 안심전환대출이란 서민·실수요자가 보유한 변동금리·혼합형 주담대를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으로 갈아탈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은 서민, 취약 계층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자 금융위가 도입했다. 이 상품은 부부 합산 소득 7000만 원 이하인 1주택자에 주택 가격이 4억 원 이하인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주택 가격의 기준은 신청 접수 시 해당 주택의 KB시세, 한국부동산원 시세 순으로 적용된다. 시세가 없는 경우 공시가격과 현실화율을 활용할 예정이다. 17일 전까지 제1·2금융권에서 받은 변동금리·혼합형 주담대에 한해 적용된다. 만기까지 금리가 고정된 주담대·보금자리론·적격대출·디딤돌대출 등은 제외된다.
대출금리는 만기(10~30년)에 따라 연 3.80~4.00%로 결정됐다. 소득 6000만 원 이하, 만 39세 이하인 청년층에는 0.1%포인트 낮은 연 3.70~3.90%의 금리가 적용된다. 최근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3.9~5.7%대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안심전환대출의 금리가 현저하게 낮은 셈이다.
금융위는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의 총 규모를 25조 원으로 편성하고 약 25만~35만 가구가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청이 몰려 25조 원을 넘어서면 선착순이 아닌 주택 가격이 낮은 순서로 지원자가 선정된다. 전체 신청 물량이 25조 원에 미달하면 주택 가격을 5억 원으로 높여 신청을 받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으로는 수도권의 주담대 차주는 사실상 이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중위주택 매매가격이 9억 2553만 원, 수도권이 6억 4969만 원으로 안심전환대출의 조건인 4억 원을 훨씬 넘어선다. 금융위가 내년 추가로 20조 원을 공급할 때는 주택 가격 상한을 9억 원 이하로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지만 당장은 수도권 주담대 대출자는 혜택을 보기 어렵다.
정부가 예산을 들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족’의 이자 부담을 완화해주는 게 시장 원칙을 거스른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존에 고정금리를 선택했던 차주와의 형평성이 없고 앞으로도 차주들이 정부의 지원책을 기대해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안정적 수익원인 변동금리·혼합형 주담대를 상환받고 대신 자산유동화증권(MBS)을 매입해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금융위는 기존 주담대를 상환받은 은행이 다시 대출에 나서 가계부채가 증가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은행들에 MBS 매입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MBS 매입 기간, 규모 등은 협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금융위 측은 “이미 고정금리를 받은 차주가 4%에 불과하고 금리 수준도 굉장히 낮은 수준으로 받아 (안심전환대출로 인한 역차별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가계부채 구조 자체가 일시상환·변동금리에 몰려 있어 계속 (안심전환대출과 같은) 자금을 공급했고 코로나19 이후 고금리로 바뀌는 특이한 시기에 아주 제한적으로 공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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