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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높이는 '철근 담합'…11개사에 과징금 2565억 철퇴

현대제철 등 물량·가격 짬짜미

공정위, 입찰 담당 9명 檢고발

"원자재 담합 무관용 엄중 조치"

지난달 11일 서울 강남구 반포 원베일리 건축 현장에 자재들이 쌓여 있다. 오승현 기자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현대제철(004020) 등 11개 사의 공공 분야 철근 입찰 담합에 공정거래위원회가 2500억 원이 넘는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공정위는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한 철근 연간 단가 계약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물량을 배분하고 투찰 가격을 합의한 현대제철 등 11개 사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총 2565억 원을 부과한다고 11일 밝혔다. 그중 담합을 주도하고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7개 제강사와 7개 제강사의 입찰 담당자 9명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과징금은 현대제철이 866억 원으로 가장 많고 동국제강(001230) 461억 원, 한국철강(104700) 318억 원, 대한제강(084010) 390억 원, 와이케이스틸 237억 원, 환영철강공업 206억 원, 한국제강 163억 원 등이다.

조달청은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 산하 각급 학교 등 각종 공공기관이 사용할 철근을 구매하기 위해 1년 또는 2년 단위로 130만~150만 톤, 총계약 금액 약 9500억 원 규모의 물량에 대해 입찰을 실시한다.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국내 7대 제강사와 화진철강·코스틸 등 압연사들은 2012~2018년 기간 동안 입찰 담합에 가담했다.

이 사건의 입찰 방식은 ‘희망 수량 경쟁 방식’이며 입찰자가 계약할 희망 수량과 단가를 투찰한 뒤 최저 가격으로 입찰한 자 순으로 조달청 입찰 공고 물량에 도달할 때까지 입찰자를 낙찰자로 정한다. 최저 투찰 가격이 적용되다 보니 담합에 가담한 11개 사는 낙찰 물량 외에 투찰 가격까지 합의해야 했다.



그 결과 5개 분류별 희망 수량과 투찰 가격으로 응찰해야 하는 복잡한 입찰 방식에도 입찰 참가 업체들은 6년간 매번 일정 물량을 낙찰받았다. 28건의 입찰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번도 탈락 업체가 발생하지 않았다. 입찰 참가 업체들의 투찰률은 대부분 99.95%를 넘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입찰 공고 이후 7대 제강사의 입찰 담당자들은 카페에 모여 낙찰 물량 배분을 협의했다. 조달청이 입찰에서의 기초 금액 산정에 필요한 가격 자료 제출을 업체들에 요구하자 7대 제강사와 압연사 입찰 담당자들은 모임을 열어 낙찰 물량을 업체별로 배분했다. 입찰 당일에는 대전역 인근 식당 등에 모여 기존에 결정한 업체별 배분 물량 및 투찰 가격을 점검하고 투찰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올 초에도 7개 제강사가 철근 등의 원재료가 되는 철스크랩(고철) 구매 기준 가격을 담합한 행위에 과징금 3000억 원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택·건설 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등 경제적 파급력이 큰 철근 시장에서 경쟁 제한 행위를 시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물가 상승 우려가 지속하는 현 국면에서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자재·중간재 담합 점검을 강화하고 담합 적발 시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 업계는 이번에 문제가 된 관수(관급) 철근을 공익 차원에서 사실상 최저가로 공급해 왔다며 추후 행정소송 제기 여부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공정위 판단에 일부 이견이 있다”며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활용해 적극 소명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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