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슬픔’은 한 때 사랑했던 길거리 여성 시엔 호르닉을 슬프고도 아프게 그려낸다. 비참한 연인의 모습은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고흐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참함으로 하나가 된 연인들은 서로의 슬픔을 알아보고 사랑한다. 신간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는 이들 연인에 대해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를 바라본다. 그를 닮고 싶어서, 너무나 닮고 싶어서. 그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사랑하게 된다. 두 감정이 어느새 닮아 버려 같은 크기가 될 때 사랑은 증폭된다”라고 묘사한다.
이 책에서는 김환기, 빈센트 반 고흐, 마르크 샤갈, 조제프 브누아 쉬베, 앙리 마르탱 등 거장들이 그린 사랑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사랑을 위해 직접 예술 경영인이 된 사람, 생계를 위해 모든 것을 다 잃었어도 사랑만은 잃지 않던 사람, 죽음이 다가왔어도 사랑하는 이의 그림만을 포기하지 않던 사람 등을 담았다. 저자는 “화가마다 가진 재주와 품성,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꿈과 사랑, 환상의 세계’인 샤갈, ‘고요한 아름다움’의 페르메이르, ‘힘과 강인함’의 콜비치 등을 좋아하지만 ‘긴 삶과 애정’의 측면에서 사랑하는 화가는 아나 앙케르라고 답한다.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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