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 사건의 유죄 판결로 취업이 제한됐던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이 부회장이 대형 인수합병(M&A), 초격차 기술 경영, 사장단 회의와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민간 반도체 외교관 역할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구원투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광복절을 사흘 앞둔 12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서민생계형 형사범, 주요 경제인, 노사 관계자, 특별 배려 수형자 등 1693명을 15일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 조치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들어 단행한 첫 특사다.
특히 이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소속 수사팀장으로 직접 수사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이번 사면은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 회복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도 “모두가 힘을 모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겠다”고 화답했다. 재판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법원에 출석해서는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면은 윤 대통령이 정치적 명분보다 경제위기를 그만큼 더 시급하게 인식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부회장은 국정 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 형이 확정돼 복역하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형기는 지난달 끝났지만 5년간 취업이 제한된 상태였다. 신 회장은 2019년 국정 농단 사건과 업무상 배임으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이날 특별사면·복권 대상에 이름을 올린 기업인으로는 장세주 동국제강(001230) 회장, 강덕수 전 STX(011810)그룹 회장 등도 있었다. 조상수 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한영석 현대중공업(329180) 대표 등 노사 관계자 8명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실형이 선고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도 명단에 포함됐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등 정치적 인물들은 사면 대상에서 대거 제외됐다. 박찬구 금호석유(011780)화학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 일부 경제인도 명단에 없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범국가적 위기 극복이 절실한 상황을 고려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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