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이 과소비를 부추겨 오히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할인 쿠폰 사업에 따른 소비 진작 혜택이 전통시장보다 일부 대형마트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1일 발간한 ‘2021회계연도 결산보고서’를 통해 “2020년부터 발행되기 시작한 할인 쿠폰이 농축산물 추가 소비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할인 쿠폰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94%는 쿠폰 행사로 원래 계획보다 농식품을 추가로 구매했다고 답했다.
추석을 앞두고 증가하는 농축수산물 수요로 가격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과소비는 물가를 추가로 자극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는 할인 쿠폰 취지에 어긋난다.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은 소비자가 농축산물을 구매할 때 20~30% 할인해주는 쿠폰으로 물가 안정과 소비자 부담 경감이 목표다. 정부는 11일 추석 성수기에 역대 최대인 650억 원 규모의 할인 쿠폰을 발행해 농축수산물 가격을 지난해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둔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할인 쿠폰이 소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에 “그렇게 볼 수 있다”면서도 “이번 조치는 (농축수산물) 수요가 많아지는 시기에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추석 성수기에만 쿠폰을 집중 발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할인 쿠폰 혜택이 대형마트에 집중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할인 쿠폰은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중소 마트, 전통시장 등에 배정되는데 이 가운데 대형마트에 배정된 비율은 2020년 58.8%, 2021년 59.6%다. 할인 쿠폰 배정 업체로 선정된 대형마트는 농축산물을 2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쿠폰 행사 종료 시 할인금을 정산받는다. 쿠폰 배정 비율이 높은 만큼 대형마트에 소비자가 몰려 대형마트의 혜택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쿠폰 사업에 따른) 가격 상승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또 사업의 혜택이 대형 유통 업체에만 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