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소상공인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규제 개혁 1순위 과제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안을 공론화했지만 소상공인 단체들이 생존권 위협을 이유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거세게 반발하며 관련 논의에 불이 붙는 양상이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반대와 온라인 배송 규제 완화 움직임 중단을 촉구했다. 향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 논의가 계속될 경우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들 단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린 대형 유통업계가 더 큰 호황을 누린 온라인 시장과의 불평등한 경쟁을 운운하고 있다”며 “골목상권 소상공인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흔들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슈퍼마케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이자 울타리였다”면서 “사회적 안전망을 팽개치면 골목시장과 전통시장의 붕괴와 대·중·소 유통 질서 파괴를 초래할 수 있어 미래에는 사회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더 큰 불편과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덕현 소상공인연합회 서울특별시 광역지회 회장은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로 많은 고통을 감수하고 대형 플랫폼 기업들로부터 이미 생존권을 박탈 당한 상황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마저 폐지한다면 소상공인들은 더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며 “의무휴업 폐지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할 수 없다는 점을 강력히 주장한다”고 밝혔다.
이충환 경기도상인연합회장은 “고물가·고금리·원자재가 인상으로 상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정말 민생 경제와 소상공인 생활 정상화에 관심을 가졌다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는 애초에 나오지 않았어야 할 얘기”라며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슈퍼마켓협동조합이 함께 힘을 모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끝까지 반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종득 소상공인연합회 서울지부 구로지회 회장은 “구로구에서 26년간 슈퍼마켓을 운영해왔다. 이제는 편의점과 각종 대형 유통업이 들어서고 온라인 쇼핑이 유통 시장 곳곳에 침투하며 과거 골목상권의 정은 사라지고 많은 영세 슈퍼마켓이 폐점 위기에 놓였다”며 “이 같은 열악한 환경에 처한 골목상권의 숨통을 틔워준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이제 와서 폐지한다는 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소상공인 단체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달 18일까지 규제정보포털에서 온라인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24일에는 2차 규제심판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 당초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는 대통령실이 지난달 연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서 약 57만개에 달하는 ‘좋아요’를 얻으며 규제 개혁 1순위 제안으로 급부상했다. 다만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결정하더라도 167석을 지닌 다수당인 야당(여당은 114석)이 법 개정을 반대할 경우 통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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