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해주는 새출발기금을 두고 도덕적 해이 논란이 연일 제기된 가운데 새출발기금의 세부안이 이번 주 공개된다. 금융위원회가 거듭 ‘오해’라며 반박해온 데 따라 도덕적 해이 논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금융 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번 주 중 새출발기금 설명회를 개최하고 세부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새출발기금은 올해 제2차 추경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누적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잠재부실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대출 상환 연체일이 90일 이상인 부실차주에 대해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한다는 지원안을 두고 과도한 원금감면으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논란이 확산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대통령 업무 보고 브리핑에서 “새출발기금의 논의 과정을 통해 제도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면 여러 가지 오해는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출발기금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차주 가운데 90일 이상 연체한 차주에게 원금의 60~90%를 탕감해주는 채무 조정 프로그램이다. 원금의 최대 90%를 탕감해줌에 따라 ‘빚 내고 안 갚아도 된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다른 신용 회복 제도보다 탕감률을 높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다른 제도에서 인정해주는 탕감률의 범위 내에서 이것을 운영하겠다는 게 기본적인 정신”이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분들이 빚에 쪼들려서 압류당하고 강제경매당하고 연체 남아서 정상적 거래가 어려운 것들을 빨리 정리해주는 게 새출발기금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신용회복위원회의 평균 원금 감면율은 44~61%, 법원의 개인회생 평균 감면율은 60~66%다. 최대 감면율 90%는 신복위 워크아웃 제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수준이다. 새출발기금의 원금 감면율이 기존 제도의 감면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새출발기금으로 채무 조정을 받을 경우 금융 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돼 신규 대출, 신용카드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점 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법정관리 같은 경우에서도 부채도 탕감해주고 채권자들이 채권 행사도 마음대로 못 하게 다 막아주는데 기업들이 왜 안 하는지 보면 일단 아무나 신청할 수 없고 (채무 조정으로) 엄청난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이라며 “개인도 법정관리와 똑같은 원리로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역시 지난 9, 10일 연이틀 새출발기금을 둘러싼 논란 해소에 나섰다. 권 국장은 “여러분과 저는 (상위) 97%의 세상에 살고 있다”며 “2000만 대한민국 차주 중 신용불량자는 70만 명이고, 자영업자·소상공인 330만 명 중에선 10만 명이다. 이 3%의 세상을 위한 정책이 새출발기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의 사태로 연체를 하거나 어려움에 빠져서 길거리로 내몰린 절박한 사람을 위한 것”이라며 “금융 원칙보다는 사회 복지적 측면이 굉장히 강하다는 점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은행권에서는 세부안에 담길 매입가, 차주의 범위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시중 거래가격보다 낮게 부실채권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90일 이상 장기연체된 신용채권의 경우 채권가격의 35% 이하로 거래되는데 캠코 매입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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