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이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선두 주자인 테라파워에 2억 5000만 달러(약 3000억 원)를 투자한다. 테라파워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세운 차세대 SMR 기업이다. 이번 투자로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온 ‘그린에너지 포트폴리오 구축’ 및 ‘넷제로(Net-Zero)’ 조기 달성 전략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SK그룹에 따르면 그룹의 투자 전문 지주사 SK㈜와 SK이노베이션(096770)은 테라파워의 7억 5000만 달러(약 9795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빌 게이츠와 함께 공동 선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양 사는 최근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승인을 받아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내와 동남아 등지에서 테라파워의 원자로 상용화 사업에 참여해 무탄소 전력 수급을 통한 탄소 중립 실현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2008년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는 차세대 원자로의 한 유형인 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 기술을 보유한 원전 업계의 혁신 기업이다. SFR 기술은 고속 중성자를 이용한 핵분열을 통해 발생한 열을 액체 나트륨 냉각재로 전달하고 이 과정에서 증기를 발생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현재 가동 중인 3세대 원전에 비해 안전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4세대 원전 기술로 평가된다. 핵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데다 높은 안전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테라파워의 이번 투자 유치는 지금까지 차세대 원전 업계에서 이뤄진 단일 기업 투자액으로는 최대 규모 수준이다. 이를 통해 SMR 관련 혁신 기술 개발 및 사업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테라파워는 현재 미국 에너지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SK의 이번 투자는 지난해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넷 제로 조기 달성을 결의한 뒤 1년여 동안 관련 투자 방안을 검토한 끝에 이뤄졌다. SK는 탄소 배출 없는 안전한 전력원으로 SMR 경쟁력에 주목해왔다. 최태원 회장은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 감축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SK 관계자는 “탄소 감축을 향한 오랜 의지와 검토가 글로벌 선도 기업 투자로 이어졌고 이를 통해 그린 에너지 포트폴리오 완성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테라파워는 SMR 외에도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인 액티늄-225(Ac-225) 생산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액티늄-225는 정상 세포 손상 없이 암세포를 표적, 파괴하는 표적 알파 치료제의 원료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K는 테라파워와 기존에 투자한 바이오 기업들 간 협력을 통해 치료제 개발 및 위탁 생산 등 바이오 영역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무환 SK㈜ 그린투자센터장은 “테라파워의 혁신적 차세대 소형원전 기술과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역량에 SK의 다양한 에너지, 바이오 포트폴리오를 연계시키면 강력한 시너지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CEO는 “테라파워는 기술 혁신을 통해 기후 위기와 암 등 우리 세대가 당면한 가장 도전적인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날 방한하는 게이츠 이사장과 최 회장이 회동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게이츠 이사장은 16일 국회에서 연설한 뒤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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