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요리 간편식(HMR)이 올해도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으로 외식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됐지만 육개장·곰탕 등 대표 국물요리 전문점들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간편식을 찾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물요리 간편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오뚜기 국물요리 간편식도 20% 가량 매출이 늘었다. 특히 고가인 탕을 제외한 국·찌개류 매출이 27% 증가하면서 전체 판매 실적을 견인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집밥족이 줄고, 국물요리 간편식 매출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과 다른 결과"라고 말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치솟은 외식 물가에 대한 반사이익 결과로 풀이된다. 이화수육개장과 한촌설렁탕 등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는 올해 들어 주요 메뉴 가격을 500~1000원 가량 인상한 바 있다. 포스(POS)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를 내는 나이스지니에 따르면 올 6월 갈비탕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1만 3364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5.5% 올랐다. 같은 기간 육개장 1인분은 8548원에서 9106원으로 비싸졌다.
반면 국물요리 간편식 가격은 한 봉(1~2인분) 정가 기준 5000~8000원 수준이다. 특히 대형마트에서 상시 30% 할인 정책도 적용하고 있다. 이 경우 '비비고 갈비탕(400g)' 가격은 정가 8480원에서 5650원으로 내려간다. 여기에 식품 대기업들이 연구개발(R&D) 노하우를 적용해 원물 형태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외식 전문점 수준의 맛을 구현하는데 성공하며 품질을 향상시킨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국물요리 간편식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올해 관련 시장은 6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물요리 온·오프라인 시장 규모는 2019년 3798억 원에서 지난해 5640억 원으로 50% 가량 성장했다. 1년에 한 번 이상 국물요리 간편식을 구입하는 가구 수의 비중을 뜻하는 '침투율'은 2019년 55%에서 지난해 64%로 뛰었다. 특히 자녀를 둔 가구의 침투율은 70%를 돌파했다.
이에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국물요리 간편식 시장은 CJ제일제당이 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이어 오뚜기와 동원이 10%대 점유율로 2위를 다투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국물요리 간편식 출시 6주년을 맞아 밑국물로 활용할 수 있는 '비비고 진국육수' 등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대했다. 비비고 국물요리는 2016년 6월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4억 봉, 누적 매출 9530억 원을 기록했다. 오뚜기는 지역색을 살린 국·탕·찌개 간편식을 출시하고, 동원F&B는 고급 특산물을 사용한 간편식 '수라'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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