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마지막 재개발 지역으로 꼽히는 일원동 대청마을 일부 구역이 서울시의 모아타운 사업에 나선다. 정부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과 민간 재개발인 신속통합기획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개발이 어려워지자 새로운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특히 추진 구역의 10%가 반지하 가구로 최근 수도권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발생한 만큼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대청마을 D구역과 E구역은 최근 ‘1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가칭)’를 출범하고 이르면 이달 말 자치구에 모아주택 공모 신청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모아타운 참여를 원하는 주민들은 직접 관리 계획안을 마련해 관할 자치구에 제안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D·E 구역 각각 토지 면적 3분의 2 이상의 주민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강건규 대청마을 1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D구역과 E구역 2개 구역이 각각 재개발을 추진하면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하나로 통합해 모아타운 사업 추진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걷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진위에 따르면 1구역 면적은 총 7만 3000㎡, 노후도는 82%에 달해 모아타운 공모 참여에 필요한 조건(면적 10만㎡ 미만·노후도 50% 이상)을 갖췄다.
대청마을은 지난해 정부의 ‘2·4 대책’ 발표 이후 도심복합사업에 도전장을 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후 총 5개 구역(A~E구역)으로 분리해 B~E 4개 구역은 각각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공모에도 참여했지만 최종 탈락하면서 개발 사업에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노후도가 높고 주민들의 호응도 크지만 개발 대상에서 연이어 제외되면서 반발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수도권을 강타한 폭우로 주민 피해가 발생하면서 하루 빨리 개발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구역 전체 가구(486가구) 중 약 10%인 49가구가 반지하여서 향후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추진위 측 설명이다. 강 위원장은 “폭우로 인해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 반지하에 물이 차고 지붕과 내부에 비가 새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며 “더 큰 피해가 생기기 전에 마을에 대한 개발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서울시의 모아타운 사업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으로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로 묶어 대단지 아파트처럼 개발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사업 대상지는 정비계획 수립,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또 기반 시설 조성에 필요한 비용과 용도 지역 상향, 층수 규제 완화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다음달 5일까지 모아타운 대상지 2차 공모를 진행하고 20곳 내외의 대상지를 확보한다. 올해부터 5년간 매년 20곳, 총 100곳을 모아타운 대상지로 지정하고 3만 가구의 신규 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2월 진행된 1차 공모에서는 총 30곳이 참여해 송파구 풍납동과 일원동, 강북구 번동 등 21곳이 최종 대상지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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