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개선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면세점업계가 생존책 마련 차원에서 신규 브랜드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좀처럼 늘지 않는 데다 루이비통, 샤넬, 롤렉스 등 프리미엄 명품 브랜드가 줄줄이 시내 면세점 철수를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자 고객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나 니치 향수, ‘K-스트리트패션’ 등을 들이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15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최근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강화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본점과 월드타워점에 프레드를 단독 부티크 매장으로 확대했다. 프레드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주얼리 브랜드다. 또 본점과 월드타워점에 다이아몬드 브랜드 메시카를 영입했다. 메시카는 프랑스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로 롯데면세점을 통해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또 배우 송혜교가 착용해서 유명해진 이탈리아 주얼리 포멜라토 단독 부티크를 국내 최초로 명동 본점에 오픈하며 하이 주얼리의 라인업을 확대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6월 지하 1층 매장을 새단장했다. BTS 공식 상품 스토어인 ‘SPACE OF BTS’를 단독 오픈하고 무신사가 운영하는 ‘무신사DF’도 들였다. 신세계(004170)면세점은 ‘K-패션’ 브랜드 강화에 나섰다. 동남아나 중국 쪽 관광객들이 K스트리트패션을 선호하며 4~5월 대규모의 패션을 신규로 입점한 데 이어 이달 말 브랜드 빈트릴을 오픈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069960)면세점은 지난 달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이탈리아 브랜드 몽클레르를 오픈했다. 동시에 니치향수 편집숍 ‘리퀴드 퍼퓸바’를 선보였다. 니치 향수는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대폭 성장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로 퍼퓸 프라팡, 어비어스 등이 있으며, 매년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면세점 측은 전했다. 또 지난 6월 무역센터점과 인터넷면세점에 한섬의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면세점들이 대거 브랜드 리뉴얼에 나선 것은 국내 면세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줄줄이 프리미엄 명품 브랜드들이 철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올 초 샤넬은 롯데면세점 부산점과 신라면세점 제주점에서 철수했고, 루이비통과 롤렉스 역시 국내 면세점에서 철수했다.
팬데믹 장기화로 부진했던 면세점 실적이 회복 추세로 접어들며 이를 가속화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분기 매출액 57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늘었으나, 영업손실은 138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신라면세점 매출은 1조1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9% 감소한 148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디에프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5.1%, 48.7% 늘어난 8132억원, 영업이익은 287억원을 기록했다.
면세점 관계자는 “주얼리 시장을 비롯해 하이엔드 명품 시장이 급성장하며 고급 브랜드 위주로 리뉴얼을 추진했다”며 “소비 양극화에 따라 고급 명품과 2030세대가 즐겨 찾는 브랜드 등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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