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9세. 한국인의 기대수명이다. 이 숫자대로라면 우리는 은퇴 후 적어도 30년은 더 생존하게 된다. 노후자산이 될 퇴직연금이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퇴직연금의 중요성은 커지는데, 자신의 퇴직연금형태가 뭔지 조차 모르는 직장인이 부지기수라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은퇴자산 부족으로 연결되고,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을 부족한 노후생활비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럼 퇴직연금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정병희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신에게 맞는 퇴직연금형태를 파악하는 데서부터 퇴직연금관리를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형인 DB형과 확정기여형인 DC형으로 나뉜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시 수령할 퇴직급여가 근무 기간과 평균 임금에 의해 사전적으로 확정된 제도로, 과거의 퇴직금제도와 유사하다. 반면 DC형은 회사가 매년 근로자의 연간 임금의 12분의 1이상의 확정된 부담금을 납부하고, 근로자가 적립금의 운용방법을 결정하는 제도다. 따라서 DC형은 근로자의 적립금 운용성과에 따라 퇴직 후 연금 수령액이 결정된다. DB형, DC형 들어도 잘 모르겠다면, 쉽게 회사가 알아서 투자해 주길 바란다면 DC형을,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 직접 투자하고 있다면 DC형을 선택하면 된다.
승진 기회가 많은 사회 초년생과 정년보장 등 고용이 안정된 기업 근로자, 장기근속이 예상되는 근로자도 DB형이 유리하다. 이직이 잦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면 DC형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다만, 임금 피크제 적용을 앞두고 있거나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DC형을 추천한다. 특히 DB형으로 가입돼 있다면 DC형으로 전환해 운용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DB형은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확정 지급하는 방식이어서 임금피크 이후 급여가 삭감되면 퇴직연금 원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병희 연구위원은 “퇴직을 앞둔 중장년은 퇴직연금형태를 DC형으로 전환해 원금을 지키며 직접 운용하는 게 안정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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