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정수장 27곳에서 깔따구 유충이 나왔다. 지난달 경남 창원시와 경기 수원시 수돗물서 유충이 나온 이유는 '정수장 관리 부실'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의 창원·수원 수돗물 유충 역학조사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진행한 전국 485개 정수장 위생관리 특별점검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특별점검에서 강원 영월군 쌍용정수장에서 정수처리가 끝난 물이 모이는 정수지에서 유충 1마리가 발견됐다. 또 26개 정수장에서는 수돗물 '원료'인 원수(11곳)나 침전지·여과지·활성탄지 등 정수가 이뤄지는 곳(15곳)에서 유충이 나왔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에 유충이 발견된 원수 대부분 수질이 1등급이었다"라면서 원수가 더러워 유충이 나온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영월 쌍용정수장서 유충이 발견된 직후 정수지 물 유입부에 미세차단망을 설치하는 등 긴급조치로 수돗물을 공급받는 가정까지 유충이 유출되지 않도록 조처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쌍용정수장의 경우 가정 수돗물에서까지 유충이 나오진 않아서 역학조사는 하지 않았다"라면서 "다만 정수장 시설이 낡아 정수 과정에서 유충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역학조사 결과 창원·수원 수돗물서 유충이 나온 이유는 정수장 관리 부실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역학조사단은 창원의 경우 정수장 주변서 발견된 안개무늬날개깔따구가 원수부터 정수까지 전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온 점과 정수장 여과지와 활성탄지 등의 방충망이 촘촘하지 못하고 일부는 파손까지 돼 있던 점을 근거로 "방충설비가 미흡한 곳과 착수정과 침전지 등 개방된 곳으로 유충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또 유충이 정수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가정에 공급된 수돗물에서까지 나온 이유는 석동정수장 오존발생기 3대 중 2대가 고장과 노후화로 작동하지 않아 필요한 약품이 적게 주입된 점 등으로 추측된다고 부연했다. 오존은 유충을 사멸시키는 역할을 한다. 조사반은 "석동정수장과 같은 물을 끌어다 쓰는 반송정수장에선 원수에서 유충이 나오지 않은 점 등을 미뤄보아 원수로 유입된 유충이 (정수장에서) 번식해 가정 수돗물에서 발견됐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수원시 광교정수장 활성탄지에서 발견된 유충과 관련해선 방충설비가 미비해 유충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광교정수장은 팔당호와 광교저수지에서 물을 받는데 지난 6월 30일 폭우로 광교정수장에서 굉장히 탁한 물이 들어온 점도 유충이 나온 원인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반에 따르면 광교정수장 방충망은 유충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엔 격자가 컸다고 한다. 정수장 건물이 밀폐되지 않아 유충이 유입될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광교정수장도 오존발생기가 고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창원·수원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온 이유는 재작년 인천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정수장 관리 부실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20년 이상 돼 시설이 노후화된 정수장이 많다"라면서 "석동정수장과 광교정수장 시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처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