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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SK온 대규모 투자 유치, 해외서 퇴짜 맞나

3조 유치 위해 공들인 KKR·GIC 이어 칼라일도 불참 가닥

일단 국내PE 자금 늘리며 외국계와 물밑 협상 지속할 듯

지속적 금리 인상에 향후 경기 침체 우려 커지며 '진통'


SK(034730)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인 SK온이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를 투자자로 유치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유력 후보들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불참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대규모 자금 확보에 먹구름이 몰려온 형국이다. SK온은 일단 국내 사모펀드의 투자액을 늘리기로 했으나 주요 출자자(LP) 사이에선 펀딩 동참을 꺼리는 기류가 흐른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 18일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컨소시엄과 투자 유치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서 SK온의 기업가치는 20조 원, 컨소시엄 투자액은 2조 원으로 정해졌다. 컨소시엄은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스텔라인베스트먼트로 구성돼 있다.

SK온은 당초 35조 원을 웃도는 기업 가치로 4조 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해외 배터리 공장 증설에 나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대외 변수가 발생하고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눈높이를 낮출 수 밖에 없었다. 투자자 구성에 있어서도 국내 투자자 비중을 늘리고 해외 투자 유치를 지속 타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SK온이 기업가치 등에 대해 눈높이를 낮췄지만 해외 큰 손 투자자들은 여전히 싸늘한 분위기다. 투자에 관심을 보였던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 싱가포르투자청(GIC) 등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달까지 SK온에 1조원의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칼라일그룹도 불참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칼라일의 경우 한국계인 이규성 총괄 사장이 이달 초 갑자기 사임하면서 협상 동력을 잃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SK온의 헝가리 제 1·2공장 전경/사진 제공 = SK이노베이션






해외 투자자들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국내 투자 유치가 순항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나온다.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컨소시엄이 SK온과 협약을 체결한 배경에는 ‘드래그 앤 콜(Drag&call)’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이 추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추진하면서 이에 실패할 경우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이 지분을 되산다는 조항이다. 컨소시엄은 이 조항을 내세워 펀딩에 나설 예정이지만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한 안전판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상황을 고려하면 단순히 지분을 되사주는 것 만으로는 안정성을 담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딜 사이즈가 2조 원에 달하는 것도 국내 출자자들에게는 큰 부담인 만큼 더 정교한 조건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투자 유치에 ‘드래그 앤 콜’ 조항의 유무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SK온이 올 초부터 공을 들여온 대규모 투자 유치에 실패할 경우 SK그룹은 잇따라 외부 자본 유치에 쓴맛을 보게 되는 셈이다. 앞서 투자 지주사인 SK스퀘어가 상반기 자회사인 원스토어와 SK쉴더스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 철회하며 좌절을 맛본 바 있다. 다만 SK에코플랜트가 친환경 기업 전환 및 미래 에너지 사업 확보 등을 앞세워 지난달 1조원의 투자 유치를 완료하기는 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SK온이 3~4조원의 대규모 자금 확보에 나섰지만 연말까지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향후 경기 침체 우려까지 커지고 있어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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