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다음 달 시행하기로 했던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의 시행 시기가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과 세정 당국이 과세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아직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식을 쪼개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주식 소수점 거래는 금융위원회가 정책 도입 시에는 혁신 금융 서비스라고 홍보했으나 실제 이행 과정에서 과세 문제를 제대로 챙기지 않아 ‘반쪽 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9일 금융투자협회 증권·선물 담당 관계자는 “소수점 거래와 관련해 과세 문제에 대해 국세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답변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유권해석을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수점 거래는 증권사가 투자자의 소수 단위 주식 주문을 받은 뒤 ‘온주(주식 1주)’를 만들어 자사 명의로 한국거래소에 호가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한국예탁결제원은 증권사로부터 온주 단위 주식을 신탁받아 수익증권을 발행하고 투자자는 주문 수량에 따라 수익증권을 취득하게 된다. 현행법상 국내 주식은 매매 시 거래세만 내고 차익에 대해서는 대주주가 아닐 경우 비과세되지만 수익증권은 차익에 대해 과세된다. 소수점 거래를 주식으로 볼 경우 거래세가 부과되지만 신탁 수익증권으로 분류하면 높은 배당소득세가 적용된다.
금융위는 지난해 9월 국내 소수점 거래 방안을 발표하며 ‘소규모 자금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위험관리’ 등을 내세우며 혁신적인 서비스 제공이 기대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과세에 대해서는 금융투자 업계의 유권해석 요청에 국세청·기재부 등은 이날까지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혁신 금융을 강조하며 정책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사후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책 당국을 믿고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준비해온 증권사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소수점 거래 인가를 받은 혁신 금융 사업자는 예탁원 외에 △미래에셋증권(006800)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 △ 키움증권(039490) △하나증권 등 국내 증권사 24곳이다. 특히 증권사들은 금융 당국이 소수점 거래에 배당소득세를 적용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의 경우 거래세가 0.23%에 불과하지만 배당소득세는 15.4%에 달해 수익성 측면에서 차이가 커 투자자들이 소수점 거래를 꺼릴 것”이라며 “소수점 거래를 주식으로 보지 않을 경우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는 증권사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높은 세금 문제로 소수점 거래를 선호하지 않을 경우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운영 등에 투입한 비용 대비 증권사의 수익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