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2%)을 밑돌 만큼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는 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본 것이다. 미국 달러화 강세에 원·달러 환율마저 연고점을 돌파할 만큼 물가를 자극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국제금융센터가 주요 9개 해외 IB들의 7월 말 전망치를 취합한 결과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7%로 집계됐다. 6월 말의 전망치(2.1%)보다 0.4%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올해 성장률은 2.4%로 전월과 변동이 없었다. 국제금융센터가 취합한 주요 9개 IB는 바클레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씨티·크레디트스위스·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다. 해외 IB들이 내년 성장률을 큰 폭으로 끌어내린 것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로 우리나라의 수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추정하는 잠재성장률보다 실제 성장률을 낮게 전망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가진 생산요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만큼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환율도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원 20전 오른 1325원 90전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328원 80전까지 오르며 약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 가치 하락에도 수출이 개선되지 않아 경기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데 개선될 만한 동력도 보이지 않는다”며 “물가 상승으로 임금이 오르면서 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고착화가 가장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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