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회사 A사는 최근 높아진 이자 부담에 고민이 깊다. 해외 현지 법인에 필요한 추가 자금을 해외 은행으로부터 빌렸는데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부담이 커졌다. 국내 법인이 보유한 여유 자금이 있었지만 이를 활용할 수 없었다. 외국환거래 규정상 국내와 해외법인 간 거래할 수 있는 자금통합관리 한도가 5000만 달러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기업에게 빌릴 수 있는 돈을 불필요하게 해외 은행에서 차입해 추가 이자 부담까지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만, 네덜란드 등 해외 법인간 환거래는 자유로운 탓에 국내 기업만 ‘불필요한 모래주머니’를 달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A사의 사례와 같이 기업의 경영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시행령 이하 규제혁신 과제 120건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21일 밝혔다. △신산업 △노동시장 △환경 및 안전?보건 △건설·입지 △기업 지배구조 및 경영 △현장애로 등 6대 분야에서 과제를 선정했다.
먼저 신산업 분야에서는 8건을 지목했다. 미래차 상용화의 기초를 이루는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전기차 충전기 인증제도를 통합하고 전기차 충전시설의 기본요금 부과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담겼다. 현재는 미사용 전기차 충전기에도 전기 기본요금이 부과돼 충전사업자가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노동시장 분야에서는 직무나 기업 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분야의 특별연장근로 인가 범위를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기간제근로자와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개선, 파견 대상 업무 조정 등도 제언했다. 경총은 “국제기준보다 과도한 우리나라의 고용형태 및 파견근로 규제가 급격한 경제환경의 변화 속에서 기업의 인력 운용 유연성을 크게 저해하고 구직자의 취업 기회를 축소시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 및 안전?보건 분야에서는 가장 많은 43건을 건의했다. 대표적으로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재해까지 불필요한 현장조사의무가 적용되는 중대재해 원인조사 운영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반도체 강관 비계 설치 기준 합리화, 반도체 가연성 고압가스용 요기 보관 기준 완화 등도 건의서에 담았다.
지난 20여년간 동일하게 유지된 기업 지배구조 규제의 자산총액 기준도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령보다 과도한 수준의 규제인 일감몰아주기 사익편취 심사지침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청했다. 이밖에 부산 신항내 수출 컨테이너 반입 허용기간을 5일로 확대하는 등 현장의 애로도 포함됐다.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규제 개혁은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하는 만큼 총괄 컨트롤타워와 각 부처간 유기적인 연계?운영으로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해 주길 바란다”며 “특별연장근로 인가범위 확대, 파견대상 업무 조정 등 노동시장 부문의 개선 과제는 일자리 창출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 신속처리가 가능한 시행령 과제부터 반드시 개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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