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현재 빠르게 변화하는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코로나19가 계속되는 지금도 이러한 트렌드를 이끄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MZ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소비패턴인 ‘디깅 소비’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디깅소비’라는 단어는 원래부터 있었던 단어가 아니다. ‘디깅’이라는 단어는 본래 음악산업에서 쓰이는 단어였다. ‘디깅 어디서 해?’라는 문장과 같이 자신의 음악 라이브러리를 채우기 위해서 ‘디깅한다’는 표현을 쓰곤 했다. 이 단어는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채굴, 깊이 판다’라는 ‘digging’이라는 뜻을 소비와 합쳐서 처음 내놓은 단어이다. 즉, 소비자 본인이 원하는 특정 물건이나 분야를 준전문가 수준으로 깊게 파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특정 분야에서만 이러한 단어가 쓰이다가 이제는 전체적인 산업에서 전부 쓰이고 있다. 이러한 소비 형태는 해당 브랜드나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홍보를 하기도 하고, 그 제품을 얻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 디깅 소비가 만든 빵
한참 포켓몬빵이 엄청난 인기를 끌 때 새롭게 진열대에 등장한 빵이 있다. 바로 연세 우유 크림빵이다. 이 빵은 여러 소비자의 SNS상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졌으며, 이제는 편의점 앱 예약 시스템을 이용해서 예약까지 하면서 사가는 빵이 됐다. 특히 특정 맛은 없어서 못 사는 지경에 이르렀을 정도다. 이런 빵을 만든 사람은 빵을 ‘디깅 소비’하는 한 브랜드의 MD이다. 이 MD는 Z세대이자, 맛있다는 빵은 대한민국 어디든지 찾아가서 먹어보고 만족스러운 빵을 만들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러한 맛있는 빵에 대해 깊이 파서 연구한 것이 대중이 좋아하는 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가 된 것이다.
◇ 찐 팬들을 위한 플랫폼
이러한 한 제품만 디깅 소비를 하는 것 아니다. 1인 방송 플랫폼에서도 이러한 디깅 소비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트위치라는 플랫폼에서 말이다. 처음에 트위치는 게임 방송 플랫폼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게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콘텐츠를 진행하는 스트리머와 소통을 하는 등 이 플랫폼을 통해서 스트리머와 스트리머의 찐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장이 되고 있다. 현재는 게임 방송을 넘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이용률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좋아하는 스트리머들이 방송한다는 알림이 울리면 즉각 생방송에 가서 댓글과 후원으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한 스트리머의 두꺼운 팬층이 쌓이면 해당 스트리머는 팬 사인회나 이벤트, 광고 같은 것을 진행한다.
또한, 본인의 장점를 살려 오프라인으로 매장을 내거나, 제품을 출시하는 등 플랫폼 측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해서 여러 방면으로 프로모션 효과를 보고 있다. 이러한 이벤트가 유행이 되고, 해당 스트리머를 디깅 소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해당 산업의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 낸다.
디깅 소비를 실천하는 소비자들은 어떤 브랜드와 제품에 대해서 누가 시키거나 돈을 받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홍보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계속해서 기업들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좋아할 만한 제품을 만들고, 또 소비자들은 그 제품을 소비하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이처럼 수동적으로 기업이 만든 제품을 단순히 소비하기보다는 소비자 자신이 그 소비의 주체임을 인식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그저 남들이 좋아하는 소비 트렌드를 따라하는 것이 아닌, 본인만의 소비 트렌드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