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을지연습이 시행되는 22일 ‘녹색 점퍼’를 입고 국무회의를 열었다. 국무위원 역시 모두 녹색 민방위복을 착용했다. 민방위복하면 옅은 노란색을 떠올리던 국민들에게는 낯선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입은 녹색 민방위복은 행정안전부가 민방위복 변경을 위해 내놓은 시제품 5종(다크 그린·네이비·그린·그레이·베이지) 중 하나다. 왼쪽 팔에는 태극기, 왼쪽 가슴에는 민방위 마크가 달렸다. 민방위 마크는 제네바 협약에 따라 국제법상 오렌지색 바탕에 청색 정삼각형으로 규정돼 있다.
행안부는 17일 2005년 도입 후 17년 동안 민방위 훈련을 상징해 온 노란색 민방위복을 교체한다고 밝혔다. 방수·난연 등 민방위 대원의 현장 활동에 필요한 기능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용도와 계절에 따라 복장을 구분해 착용하는 외국 사례과 달리 노란색 민방위복을 획일적으로 착용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줄곧 제기돼왔다. 정부는 현재 마련된 시제품에 대해 을지연습 기간 중 을지 국무회의, 행안부 및 일부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을 실시하고 계속해서 국민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다.
정부의 을지연습은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라는 이름으로 부활한 한미 연합 훈련과 통합돼 오는 25일까지 3박4일 진행된다. 윤 대통령이 훈련의 ‘정상화’를 강조한 만큼 대통령실 청사 주변은 새벽부터 인파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긴장감이 흘렀다. 대통령실, 경내 경비 임무를 담당하는 101경비단, 국방부 등이 한 곳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경비단원들은 전날까지 반발셔츠 차림이었지만 이날은 모두 군청색 기동복을 착용하고 왼쪽 허리에는 방독면 가방을 멨다. 청사 외부 곳곳에는 방탄 헬멧, 탄창을 끼운 K2 소총을 장비하고 경계를 서는 인원도 많았다. 대통령실도 이른 오전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은 대통령실 직원들이 비상소집에 응소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국방부 소속 군인들도 청사를 오가며 관·경·군이 어루어지는 모습이 연출됐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도 생략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UFS 첫날 진행하는 을지 국무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일찍 출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정부 연습인 을지연습과 군사 연습인 프리덤실드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작동해야 한다”며 “실전과 똑같은 연습만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보를 굳건하게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을지연습은 변화하는 전쟁 양상에 맞춰 우리 정부의 비상대비태세를 새롭게 정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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