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 3%를 돌파하면서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2.55% 떨어진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2.14%, 1.91% 내렸는데요.
이날 미 국채는 10년 만기 독일국채가 연 1.3%를 넘어선 데다 잭슨 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매파적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 급등했습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이달 말부터 3일 간 노드스트림1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했죠.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금리인상 전망이 팽배한데요. 씨티는 영국의 물가상승률이 18%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종목별로는 비용 감축과 구조조정을 이유로 3000명의 인력감축을 발표한 포드가 5.07% 내렸고, 경쟁업체 씨네월드가 파산을 신청할 것이라는 소식에 AMC가 41.92% 급락했는데요. 또 다른 밈주식인 베드 배스 앤 비욘드도 16% 넘게 빠졌죠. 세부적인 내용이 뭐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오늘은 잭슨 홀에 관한 추가 전망과 시장이 생각하는 미국 경제와 금리인상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헤지펀드, 금리선물 숏포지션 69만5000여 계약”…“잭슨 홀서 구체적 9월 금리인상폭 제시 가능성은 낮아”
파월 의장은 미 동부시간 26일 오전10시에 연설에 나섭니다. 그의 선택지는 2가지입니다. 계속해서 금리를 올린다는 연준 인사들의 말을 무시하는 시장을 그대로 두거나, 아니면 매파적 성향을 드러내 금융시장의 완화기조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죠.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파월이 어떤 말을 할지 정말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현 상황을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강경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TV에 “파월이 실업률을 높일 수밖에 없는 제한적 통화정책을 지속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요. 이어 “실업률 상승 없이 인플레를 낮춘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으며 사람들이 연준을 매우 의심하게 만들 것”이라며 “연준의 신뢰도에 추가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혼란스러웠던 것도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실업률이 높아져야 한다는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문제는 매파적 성향의 정도입니다.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통제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얼마나 강하게 얘기하느냐가 중요한데요. 로우 크랜달 라이트슨 ICA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핵심 메시지는 연준이 단기 성장 전망이 약해질 수 있는 상당한 리스크에도 인플레이션을 낮추기로 했다는 의지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헤지펀드도 매파에 걸고 있는데요. 리보(Libor) 금리를 대체할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 전반에 숏포지션(매도)을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상품선물 거래 자료를 보면 순매도 포지션 계약이 69만5493건으로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파월이 비둘기파로의 피봇을 제외하면 이득을 얻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투자자들은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풋(매도)을 취해 금리상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지는데요. 가격이 내려가면 반대죠. 그래서 매도 포지션이 금리가 더 오르는 것을 기대한다는 뜻이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S&P500 옵션시장은 큰 이벤트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는 점인데요. 로이터통신이 옵션 분석업체 ORATS의 자료를 근거로 투자자들이 26일 S&P500이 1.4% 움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다음 달 일평균 전망치(1.0%)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죠. 가렛 드시몬 옵션메트릭스의 헤드는 “잭슨 홀을 이벤트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는데요. 로이터통신은 “잭슨 홀 미팅은 최근 몇 년 간 시장을 크게 움직이는 사건은 아니었다”며 “지난 10년 중 잭슨 홀 미팅에서의 연준 의장 연설 이후 S&P500이 1% 이상 움직인 것은 1번이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긴축 와중에 금융시장이 완화하고 있고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관심이 크며 △연준의 신뢰도에 관한 지적이 많고 △197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 수치가 최고라는 면에서 과거와는 상황이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그레고리 파라넬로 아메리베트 증권의 US금리 전략 헤드는 “내 감으로는 파월의 연설은 약간 더 매파적인 쪽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주식의 매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럼에도 앞서 언급했듯 파월 의장이 인플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선에서 애매하게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마이클 슈마허 웰스 파고 금리전략 디렉터는 “만약 파월이 매파적이라면 국채금리는 계속 오를 것이지만 나는 파월에게서 완화적인 톤을 기대한다”며 “나는 그가 매파적으로 가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응답자 85%, 인플레 2% 내려오는데 2년 넘게 걸려”…“JP모건, 큰 폭의 금리인상은 9월이 마지막일 수도”
그나마 상대적으로 확실한 것은 파월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구체적으로 금리를 얼마나 올릴지 콕 짚지는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연준이 수차례 데이터에 의존해 정책금리를 결정했다고 밝혔고, 파월도 또 한번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고용보고서가 있다고 했었죠. 스테판 스탠리 암허스트 피어포인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가 그라면 잭슨 홀에서 내가 9월에 0.5%p를 할지 0.75%p를 할지에 집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날 오후4시15분 현재 CME 페드워치는 0.75%p 인상 확률을 54.5%, 0.5%p는 45.5%로 보고 있습니다. 전날 47% 대 53%에서 매파적 잭슨 홀 걱정에 뒤집어지긴 했지만 큰 틀에서 최근 5대5를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데요.
시장에서는 9월 FOMC가 대규모(0.75%p 또는 0.5%p) 인상은 마지막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파월 의장이 말했고 7월 FOMC에서도 확인한 속도조절에 관한 얘기인데요. 미스라프 마테예카 JP모건 전략가는 “우리는 연준이 9월에 큰 규모의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우리는 그 뒤에는 연준이 매파적인 면으로는 시장을 다시는 놀라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주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블룸버그에 기고한 글을 참고할 필요가 있는데요. 그는 잭슨 홀 미팅에 대해 “파월은 연준이 향후 몇 달 동안 더 낮은 금리인상으로 방향을 틀더라도 그것이 낮은 최고금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연준은 17번의 연속적인 0.25%p 금리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1%에서 5.25%로 올렸다”고 했습니다.
이를 보면 금리인상폭이 피크를 치고 내려오더라도 한참을 더 갈 수 있다는 말이죠. 지금은 0.75%p는 돼야 매파적이라고 느끼는 게 현실이지만 0.25%p씩 계속해서 올리는 것도 분명한 긴축입니다. 그 기간이 길다면 더 그렇겠지요.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과 관계가 있는데 전문 투자가들이나 소매 투자자들이나 인플레는 꽤 오래 갈 것이라고 보는데요. 이날 나온 MLIV 펄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정책 목표인 2%로 내려오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이냐는 질문에 전문 투자자들의 85.4%가 ‘2년이나 그 이상’이라고 답했습니다. 소매 투자자들도 81.6%가 같은 대답을 했는데요. 빅토리아 그린 G 스퀘어드 프라이빗 웰스 설립자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감소가 있더라도 실제 가격이 상당하게 떨어지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근본적으로 저금리, 저물가 시대는 끝났다는 분석이 많지요. 티파니 윌딩 핌코의 북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년 동안의 세계는 이제 완전히 지나간 일”이라며 “일반적으로 더 큰 투입비용을 초래하는 변동성이 큰 인플레이션을 전망한다. 수년에 걸친 가격조정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매파 전망에 달러인덱스도 한때 109 돌파”…“증시 상승하더라도 매우 단기 S&P 4170 깨진 것 중요 신호”
매파적 연준에 대한 예측은 환율에서도 나타나는데요. 이날 유로화가 달러당 0.9926유로를 기록하면서 ‘1유로=1달러’인 패리티(parity)를 넘어 2002년 12월2일 이후 최저치를 보였습니다.
달러인덱스는 109를 넘었습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이날 한때 109를 돌파했는데요. 달러강세는 인플레이션에는 도움이 되지만 미국 글로벌 기업들의 수익악화, 신흥국들의 부채 및 원자재 수입비용 증가를 불러오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화 강세는 투자자들이 금요일 잭슨 홀 미팅에서의 파월 의장 연설을 앞두고 금리인상 전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증시 전망은 아직 갈립니다. 로리 칼바시타 RBC 캐피털 마켓의 미국 주식전략 헤드는 “증시가 랠리를 할 수 있지만 매우 단기일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오르더라도 한계가 분명하다는 뜻일텐데요. 앞서 골드만삭스는 증시의 상방위험은 제한적이지만 하방위험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실비아 자블론스키 데피앙스 ETFs의 최고경영자(CEO)는 “증시하락은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고,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전략가는 “우리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해결되고 연준의 피봇을 불러오는 반면 중국의 하반기 회복이 글로벌 시장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유지한다”며 낙관적 입장을 보였는데요. 펀드스트랫의 마크 뉴턴은 연말 기준으로 보면 긍정적이지만 그 사이에는 빠질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어쨌든 전반적인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한동안 20을 밑돌던 변동성지수(VIX)가 이날 24 수준까지 올라왔죠. 모건스탠리는 지금은 현금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좋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인 24일을 전후로 러시아의 공격이 거세질 수 있다고 경고를 한 상태입니다. 러시아 측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없다”고 했죠.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이외에 전미실물경제협회(NABE)는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회원 198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향후 2년 내 연준이 경기침체 없이 물가를 목표치까지 내릴 수 있다는 데 자신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2%가 ‘매우 자신없다’, 21%가 ‘전혀 자신없다’고 했다고 하는데요. 다음 번 경기침체 시작 시점에 관한 전망은 내년 1분기(22%), 2023년 하반기 이후(20%)가 가장 많았습니다.
증시는 1차적으로 10년 만기 국채금리의 방향이 중요할 듯한데요. 지금으로서는 연준이 잭슨 홀에서 매파적으로 나와도 더 오른다와 그렇게 많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맞섭니다. 정책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2년물은 다르지만요. 전반적인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상황을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3분 월스트리트’ 기사에 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미국 경제와 월가의 뉴스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