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도심에서 출퇴근용으로 활용하기에 부담이 없는 세련된 디자인의 모델이다. 하지만 포드는 정반대의 전략을 택했다. 정통 오프로드 모델 ‘브롱코’를 25년 만에 부활시켰다. 60년에 가까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오프로더의 드림카’ 브롱코를 지난 19일 직접 시승해봤다.
미국 서부지역의 야생마를 뜻하는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브롱코는 오프로드에 특화돼 있다. 하지만 동글동글한 헤드램프를 전면에 내세운 탓인지 큰 차체 크기에도 첫 인상부터 귀여움이 묻어나오는 반전매력이 느껴졌다. 좌우로 가늘고 길게 뻗은 그릴 정중앙에는 ‘B.R.O.N.C.O’라는 글자가 과하지 않게 자리하고 있다.
브롱코의 차체는 전장 4810㎜, 전폭 1930㎜, 휠베이스 2950㎜로 제법 큰 편이다. 실내 디자인은 외관보다 정통 오프로더의 이미지가 강하다. 큰 차체에 어울리는 커다란 스티어링 휠을 비롯해 중앙부의 각종 조작 버튼이 모두 큼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디지털화 추세에 맞춰 터치 버튼을 적극 활용하는 다른 모델들과 달리 거의 모든 조작이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작동한다. 2륜과 4륜 조작도 다이얼식 버튼으로 할 수 있다. 단단한 시트도 인상적이다. 거친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해 탑승자의 신체를 단단하게 받쳐줄 수 있도록 했다.
브롱코의 진가는 실제 주행에서 나타난다. 주행에 들어가자 묵직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시속 100㎞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도 거침없이 치고 나가는 힘이 좋아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량을 추월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브롱코에는 2.7L V6 에코부스트 트윈 터보차저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돼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55㎏·m의 성능을 발휘한다.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을수록 브롱코의 매력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시승한 날은 갑작스러운 폭우에 운전이 다소 불안하기도 했는데 경사로나 내리막길, 고속도로에서 모두 도로를 꽉 쥐고 달리며 안정감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브롱코는 도로 환경에 맞춰 노멀·에코·스포츠·눈길·모래·진흙 및 비포장 등 6가지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캠핑이나 야외활동을 즐기는 이들에게 포드 브롱코는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차량을 주로 도심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다른 도심형 SUV를 택하는 편이 좋다. 일반 도로에서 오랜 시간 타기에는 승차감이 다소 아쉽고 성능 면에서도 과하다는 판단이다. 복합연비도 리터당 8.2㎞로 일상적으로 사용하기엔 아쉬운 수준이다. 가격은 부가세와 3.5% 개별소비세를 적용해 6900만 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