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경기가 끝난 뒤 관중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아쉬웠습니다. 우리는 스타필드와 돔구장을 이용해 당신들의 8~10시간을 점유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3월 정용진 신세계(004170) 부회장은 음성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야구단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SSG 랜더스를 창단한 날이었다. 정 부회장의 당시 발언은 야구장을 찾은 관객을 바로 쇼핑몰로 흡수해 ‘신세계 유니버스’에 오래 머물도록 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담겨 있었다.
정 부회장의 꿈이 ‘스타필드 청라-돔구장-역사(驛舍) 신설’의 복합 개발 프로젝트로 현실화한다. 신세계그룹과 인천광역시가 개발에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고 본격적인 실무 협의에 들어간 가운데 양측은 2027년 프로젝트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타필드와 돔구장 건설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규모 사업인 데다 돔구장의 복합 문화 공간 활용, 전철역사 신설(협력) 등도 지역 주민들로부터 수요가 높은 사안인 만큼 양쪽 모두 사업에 적극적으로 힘을 쏟는 분위기다.
정 부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과 협력 강화 약속
신세계그룹은 인천광역시와 함께 스타필드 청라와 야구 돔구장 건설, 지하철 역사 신설을 포괄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24일 밝혔다. 정 부회장과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오전 인천광역시청에서 만나 청라에 최첨단 돔구장 등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세계는 현재 인천 서구 청라동 6-14 일대 16만 5000㎡ 부지에 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 청라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하 3층~지상 6층 규모로 2027년 개장 예정이다. 총 1조 30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으며 4000여 명의 고용 창출이 예상된다. 돔구장은 스타필드 부지에 2만 석 규모로 함께 들어선다. 프로야구 경기장과 K팝 공연, e스포츠 국제 대회, 전시회 등을 개최할 수 있는 멀티스타디움이다. 프로야구 144경기 중 홈구장에서는 72경기만 진행되기 때문에 돔구장은 인천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관람관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도 프로야구 경기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SSG랜더스 창단과 함께 돔구장 구상
정 부회장은 지난해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SSG 랜더스를 창단한 후 돔구장 청사진을 그려왔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최신식 개폐형 돔구장인 텍사스 레인저스의 홈구장 ‘글로브 라이프 필드’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며 돔구장 건설을 위한 의욕을 내비치기도 했다. 민간 기업이 체육 시설의 설치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두고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법령 해석까지 받은 신세계는 ‘돔구장을 체육 시설이 아닌 각종 공연까지 열 수 있는 문화 시설로 신청하면 문제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자 스타필드 청라의 설계안을 변경해 돔구장을 추가했고 이에 완공 시점도 기존 2024년에서 2027년으로 바뀌었다. 정 부회장은 “청라 돔구장의 조속한 추진을 통해 인천이 다른 지방자치단체보다 앞서 돔구장 시대를 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인천이 국제도시로 발전하는 데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이 SSG 랜더스의 연고지라는 점에서 스타필드·돔구장을 연계한 신세계의 스포츠 마케팅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세계와 인천시는 역사 신설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인천시는 서구 석남동에서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을 잇는 도시 철도 노선(청라연장선)에 전철역사를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타필드 청라에 인접한 2개 정거장 간 거리가 다른 정거장 대비 길고 인근에 의료·금융타운 등이 들어서며 대중교통 확충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올해 안에 실시설계에 들어가고 내년 중 공사를 시작해 이른 시일 내 준공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와 인천시는 “스타필드와 돔구장 건설은 인천 지역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청라 지역을 수도권 서부 지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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