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연 2.50%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4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창용 총재가 7월 금통위서 예고한 대로다. 고물가·고환율과 경기침체·가계부채 사이에서 선택지는 없었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계속되는 만큼 금리를 동결할 수 없지만 경기 침체 우려에 가계부채 충격 등을 감안하면 두 달 연속 빅스텝(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는 것도 부담스럽다. 다만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크게 고조되고 있어 올해 남은 10월과 11월까지 금리 인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은 금통위는 25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0.25%포인트 인상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014년 8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금통위는 올해 들어서만 2월 한 달을 제외하고 1월, 4월, 5월, 7월에 이어 이번 달까지 금리를 매번 올렸다. 금통위가 네 번 연속 금리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통위가 7인 완전체로 모인 것은 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이날 한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에서 5.2%로 올렸고 경제 성장률은 2.7%에서 2.6%로 소폭 낮췄다. 올해 한은의 물가 전망치는 1998년 전망한 9.0%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내년 기준으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9%에서 3.7%로 크게 올리고 경제 성장률은 2.4%에서 2.1%로 내려 잡았다.
금통위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해 8월(0.50%) 이후 1년 만에 금리를 2%포인트 올리게 됐다. 물가를 잡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가계 이자 부담 역시 빠르게 늘어나게 됐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연간 가계의 이자 부담이 3조 3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하는데 1인당 연간 평균으로 16만 4000원 정도다. 기준금리를 2%포인트 올린 만큼 1년 만에 이자 부담이 131만 2000원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반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긴축, 유로와 중국의 경기 둔화 등 각종 대외 악재 속에서도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올린 것은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기 때문이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로 전월(6.0%)에 이어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 중이다. 정부와 한은이 예상하는 물가 정점 시기가 9~10월이 될지도 11월 이후에나 확인할 수 있다. 물가 정점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 인상 행보를 멈추긴 통화당국으로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긴축 강도가 예상보다 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율이 급등한 점도 금리 인상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75bp 인상할 가능성을 갈수록 크게 보고 있다. 이에 달러화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23일 장중 1346원을 넘기도 했다.
다만 경기는 크게 둔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과 중국, 유로 지역의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수출은 부진을 겪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소비 회복세마저 꺾일 경우 경제 성장률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기관은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인 2%를 밑돌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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