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태조이방원’의 위세가 대단합니다. 조선 개국을 이끈 태종 이방원처럼 지수 반등의 일등공신으로 활약 중인데요. 짐작하셨겠지만 태조이방원은 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 업종의 앞글자를 따 조선 3대왕 태종 이방원에 빗댄 말입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작명 센스가 기가 막힘.
이름값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2020년 이후 시장의 주도주였던 ‘BBIG(배터리·반도체·인터넷·게임)’을 대체하며 서머랠리(여름 강세장)를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모 증권사 연구원은 15년 만에 조선 업종이 주도주 소리를 듣고 있다고 감격 아닌 감격까지 했습니다(...조선주 주주로서 웃픔).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주식 격언을 실천해야 할 때일까요? 근데 뉴스에 나오기 시작하면 꼭지란 말도 있던데... 오늘 <코주부>에서는 태조이방원이 증시 핫템이 된 이유와 앞으로의 전망까지 살펴보겠습니다.
‘태조이방원’ 모르면 간첩
태조이방원 종목들의 활약은 최근 한 달간 펼쳐진 서머랠리에서 두드러집니다. 지난 23일 기준 코스피 지수의 1개월 수익률은 1.09%에 그친 반면 태양광 모듈을 제조하는 현대에너지솔루션은 76.92%나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톱5 종목 역시 대동전자를 제외하고 금양(2차전지·97.52%), 휴스틸(조선·90.85%), 현대에너지솔루션(태양광·76.29%), 한화에어로스페이스(방산·58.60%) 등 태조이방원 관련주들이 휩쓸었습니다. 톱5의 수익률이 이렇게 높은데도 코스피 수익률이 낮았다는 건 오르는 종목(태조이방원)만 올랐다는 반증이죠.
전쟁은 안 끝나고 친환경은 대세야
그렇다면 이제 궁금한 건 하반기에도 태조이방원 랠리가 계속될지 입니다. 주가의 흐름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종목별 전망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오겠죠. 일단 전문가들은 정책과 국제 정세 등 외부 요인이 태조이방원 종목들의 실적 상향을 이끌고 있어 당분간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태양광
태양광은 미국 내 태양광 생산설비 촉진(세액공제 및 우선사용 등)을 담은 미국 인플레 감축법의 수혜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설비투자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이나 이미 미국 내에서 제조 역량을 확보한 기업이 큰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관련주로는 한화솔루션, 현대에너지솔루션, OCI 등이 있습니다.
→미국 안에 제조설비를 직접 보유한 한화솔루션은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증권가 추산 세제 혜택 전망치는 올해 약 1400억원, 내년 2600억원에 달합니다. 한화솔루션은 내년 상반기 중 1.4GW 규모의 생산시설을 추가로 증설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 내 태양광 밸류체인을 지금보다 더욱 확장할 수 있겠죠.
△조선
LNG 선박 수요는 연 1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LNG 선박을 잘 만들기로 유명한 국내 대형 조선사들에 발주가 몰리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또 친환경 선박 발주가 꾸준히 늘고 있는 점도 중장기 호재로 꼽힙니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선박 발주 둔화 가능성은 여전히 리스크 입니다. 관련주로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이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조선사인 만큼 업황 상승기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선박용 대형 엔진 부문에서 세계 1인자인데, 최근 연료 다변화(환경 규제 강화 영향)로 엔진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어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2차전지
미국 인플레 감축 법안 효과로 전기차 수요 증가가 예상됩니다. 다만 북미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만 혜택을 주기로 해서 태양광과 마찬가지로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둔 업체들에 호재가 집중될 전망입니다. 관련주로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엘앤에프 등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단독 공장을 운영 중인 LG엔솔은 미국 GM, 캐나다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까지 완공되면 북미 생산능력이 200GWh 이상으로 급증할 예정입니다. 2차전지 소재사인 엘앤에프는 미국 현지에서 포괄적인 협력 체계를 구상하고 있어 현지 투자 기대감이 높은 상황입니다.
△방산
우크라 사태 등으로 인한 탈세계화 추세로 국가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한국의 방산 수출이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방산은 주기적인 방위비 지출의 특성상 경기 침체에 큰 영향을 받지 않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관련주로는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는 지난 7월 폴란드 정부와의 계약에 이어 호주 레드백 사업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등 방산 수출비중이 높아지며 이익률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원자력
원자력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가 유럽 등에서 강해지면서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에서 원전 산업 육성으로 정책을 변경하면서 원전주 상승에 큰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관련주로는 현대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비에이치아이 등이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실상 국내 원자력 발전설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탈원전 정책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전망입니다. 또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SMR(소형모듈원전) 관련 투자에서도 한 발 앞서 있어 앞으로 원전 수출에서도 유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계약이 발표된 이집트 엘다바 원전 시공도 맡기로 한 상태입니다.
오르막 다음은 뭐다...? 빠른 순환매 주의
태조이방원도 무적은 아닙니다. 한 달 동안 수익률이 빠르게 오른 만큼 떨어질 가능성도 크죠. 특히 요즘에는 개별 종목 장세로 빠른 순환매가 진행되고 있어서 흐름 잡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 과열로 한 차례 조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올 하반기까지 이 랠리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럼 말에 타 볼까요? 생각해보니 에디터는 이미 태조이방원 종목들이 계좌에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열어봤습니다. -36%.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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