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잭슨홀 쇼크에 휩싸이면서 2% 넘게 폭락했다. 그간 증시를 떠받쳐온 외국인이 순매도세로 돌아서면서 반등 국면에서 힘겹게 지켜온 2450선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증권가에서는 6월처럼 급락장이 펼쳐질 가능성은 낮지만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기술적 반등)가 막바지에 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4.14포인트(2.18%) 내린 2426.89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6일(-2.13%) 이후 한 달 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내면서 2420선까지 지수가 밀렸다. 코스닥 역시 2.81% 급락하면서 800선에 이어 780선마저 붕괴됐다.
기관투자가들이 내던진 물량 폭탄에 더해 외국인투자가들이 10거래일 만에 순매도세로 전환하면서 지수 하방 압력이 높아졌다. 이날 기관은 5589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으며 외국인 역시 462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도 줄줄이 무너졌다. 삼성전자(005930)는 2.33% 하락하면서 다시 ‘5만전자’의 멍에를 썼다. 미국발 긴축 강화 조짐에 카카오(035720)(-5.00%), 네이버(-3.31%), 카카오뱅크(323410)(-4.09%) 등 정보기술(IT) 성장주들이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충격 이후 코스피가 2200선까지 추락한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한다. 현시점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다는 지표들이 연달아 나오고 침체 우려가 옅어져 있어 하방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억제하는 데 방점을 찍고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았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시장에 거품이 걷히는 과정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8월 미시간대 기대 인플레이션 등 인플레 관련 지표들이 지난달에 비해 내림세를 보였다”며 “미국 증시의 폭락 수준이 과도하기는 했지만 7월 CPI 둔화 이후 주식 등 위험자산 시장에서 연준의 속도 조절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된 것에 대한 되돌림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다만 6월 폭락장 이후 펼쳐진 베어마켓 랠리가 마지막 지점에 도달했다는 관측이 함께 나온다. 그간 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의 지표들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나타낼 때마다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기술적 반등의 동력으로 작용했으나 파월 의장이 매파적인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동력의 원천이 차단당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6월 후반부터 시작된 ‘서머 랠리’는 베어마켓 랠리로 마감되는 국면”이라며 “파월 의장이 한두 번의 데이터 하락만으로 인상 기조의 변화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기에 이제 섣부른 시장 친화적 발언(Fed Put)은 없으며 이를 노린 단기 매매 전략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 중순부터는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역실적 장세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9월 초 반등 시도가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리스크 관리, 포트폴리오 강화에 집중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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