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국산 차량을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담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상황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안성일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합동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하는 등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 한국산 차량을 포함시키기 위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 장관은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IRA와 관련해)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후 상황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독일 등 유럽연합(EU)도 중간선거까지는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있는데 우리는 중간선거 전까지 물밑 작업을 잘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전기차 업계 및 반도체 업계 지원을 위한 IRA 및 반도체지원법에 잇따라 서명하는 등 선거 승리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해당 법안이 ‘선거용으로 급조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만큼 선거 이후 미국 측 입장에 변화를 유인하도록 유럽과도 공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은 IRA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세계무역기구(WTO) 관련 규범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위반 소지가 높고 필요한 경우 WTO 제소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미 FTA 규정상 (문제 제기를 위해서는) FTA나 WTO 절차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 있다”며 “두 개를 잘 비교해 봐야 하겠지만 WTO로 가면 같은 입장인 일본이나 EU 등과 공조가 가능한 면은 있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회의에서 “IRA는 한미 FTA 위반 가능성이 굉장히 높으며 FTA의 비차별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 본부장은 “미국을 방문해 무역대표부(USTR), 상무부, 백악관, 의회 의원들과 면담할 것”이라며 “IRA에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신재생 사업체 관련 산업들이 모두 연관돼 있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 본부장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추진 계획이 중국의 반발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 “IPEF 참가국들이 대부분 중국과 통상 규모가 큰 국가들이어서 중국을 배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기획재정부가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연 것처럼 우리 산업부 장관이 중국 상무부와 공급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체계를 조만간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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