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보조금 혜택을 독점하게 된 미국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가격을 인상하고 나섰다. 반면 보조금 없이 타사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제조사는 가격을 충분히 올리지 못하며 향후 수익 여건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포드는 최근 전기차 머스탱 마하-E의 출고 가격을 모델에 따라 3000~8000달러(약 400만~1000만 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포드는 이달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가격 역시 최대 8500달러(약 1140만 원) 올렸다.
포드뿐만 아니라 미국 완성차 제조사는 최근 들어 잇달아 제품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가을 출시되는 픽업 허머EV의 가격을 기존 대비 6~8% 올렸고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도 픽업 R1T의 일부 모델 가격을 18% 인상했다. 테슬라는 지난 1년간 모델3의 가격을 여섯 번이나 올렸다.
니켈·리튬 등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전기차 가격 인상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 제조사들이 가격 인상에 앞장서는 배경에 IRA 법안이 자리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IRA 법안으로 보조금 혜택을 받는 제조사는 원자재값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해도 타사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구도를 점할 수 있는 만큼 가격 인상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2023년형 포드 머스탱 마하-E는 시작 가격이 4만 7000달러(약 6340만 원)인데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보조금을 적용하면 가격이 3만 달러 후반까지 낮아진다. 현대차(005380) 아이오닉5의 보급형 모델과 가격이 비슷해지는 것이다. 포드뿐 아니라 GM·리비안·테슬라 모두 미국에서 전기차를 최종 조립하고 있어 IRA 법안에 따른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된 현대차·기아(000270)는 현지의 판매 경쟁력을 고려하면 원자재 인상분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와 맞물리며 회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컨설팅 기업 앨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전기차 1대 생산에 들어가는 원자재 비용은 올해 8255달러(약 1110만 원)를 넘어서며 2년 전과 비교해 2.5배 가까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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