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까지 950조 원 규모를 넘보던 국민연금이 올 들어 상반기까지 -8.0%의 기금운용수익률을 기록하며 약 77조 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최악의 손실로 국민연금 기금 규모도 1년 만에 900조 원이 붕괴됐으며 연간 기준 수익률이 세 번째로 마이너스를 보일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9일 상반기까지 누적 수익률 -8.0%로 76조 70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국민연금은 5월까지 수익률이 -4.73%였는데 6월 국내외 증시가 크게 하락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 통화 긴축에 나서 주식·채권 손실률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882조 7000억 원(6월 말 기준)으로 전달(912조 3550억 원)보다 30조 원 가까이 급감하며 1년 만에 900조 원대가 무너졌다. 지난해 말 948조 7000억 원이었던 전체 기금 규모가 상반기 보험료 수입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인 76조 7000억 원의 운용 손실을 기록해 880조 원대로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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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상반기 사상 최대 손실에 대한 여론의 비난을 우려해 이달 25일 기준 수익률이 약 -4%(잠정)로 회복됐다는 내용을 이례적으로 공개했으나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26일(현지 시간) 급락한 데다 국내 증시 역시 이날 2%대의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6월까지 국민연금의 자산별 수익률은 국내 주식(-19.58%), 해외 주식(-12.59%), 국내 채권(-5.80%), 해외 채권(-1.55%) 순으로 저조했다.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부문은 유일하게 7.25%의 수익을 냈지만 연말 공정가치 평가를 반영하면 조정이 불가피하다. 국민연금이 상반기 최악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2008년과 2018년 두 차례의 연간 수익률 마이너스(-)가 재연될 우려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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