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국내 암호화폐 공개(ICO)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29일 한은은 유럽연합(EU) 의회의 암호자산시장 법률안(MiCA, 이하 미카) 번역본을 발간했다. 미카는 지난 EU 의회가 지난 3월 17일 발표한 세계 최초 암호화폐 관련 단독 법률이다. 그간 주요국에선 암호화폐에 대해 증권거래법과 자금결제법 등 기존 법률을 해석 적용하거나 일부 개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최소한의 규제를 도입했다. 한은은 미카의 사례를 참고해 암호화폐의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규제체계 마련을 위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미카 법안의 주요 내용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암호화폐 발행 및 공개에 관한 내용이다. 미카는 암호화폐를 유형별로 증권형토큰, 유틸리티토큰, 스테이블코인(자산준거토큰, 전자화폐토큰) 등으로 나누고 이 중 지금수단으로 수용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스테이블코인을 주요 규제 대상으로 설정했다. 스테이블코인엔 소비자·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본시장과 유사한 규제를 적용한다.
지급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수용될 가능성이 낮은 유틸리티토큰 등에 대해선 EU 내 설립 법인이 백서를 공시할 경우 신고만으로 암호화폐 발행 및 공개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최소화했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EU 내에서의 암호화폐 발행이 위축되고 블록체인 육성 및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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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형 토큰은 EU 회원국 증권시장 규제법률을 적용한다. 비트코인(BTC) 등 발행자가 특정되지 않는 암호화폐와 대체불가토큰(NFT),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는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 발행자가 특정되지 않는 암호화폐의 경우 거래소 등 암호화폐서비스업자에 대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를 적용한다.
미카는 암호화폐 서비스업자를 거래플랫폼 운영을 비롯해 암호화폐 관련 일체의 서비스업자로 정의하고 금융투자업자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한다. 암호화폐 감독기관에 대해선 유럽증권시장감독청, 유럽은행감독청, 유럽중앙은행(ECB), EU 회원국의 관계당국 및 중앙은행이 긴밀히 협의하도록 제도화했다.
한은은 향후 국내 디지털자산 관련 입법에 미카 법안 내용을 참고할 것을 주장했다. 먼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관련해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계당국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선 중앙 은행의 책임을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미카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통화당국의 역할과 책임을 명시했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시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등에 대한 역할과 책임이 명시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금지돼 있는 ICO 허용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국내 거래소를 통한 거래에 대해선 아무런 규제가 없어 스위스나 싱가포르 등 해외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신규 암호화폐를 발행한 후 이를 국내 거래소에 상장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함에 따라 그 실효성이 악화되고, 산업발전 기회를 약화한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시 국내 ICO를 제도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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