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원전주가 달아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 붐이 이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3조 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으로 수주 물꼬를 튼 데다 하반기에는 체코(8조 원 규모), 폴란드(40조 원 이상) 등 원전 건설 사업을 따낼 가능성도 있다는 기대가 투자심리를 달구고 있다. 다만 아직 실적보다는 기대감을 재료로 뜬 주가라는 점은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전 대장주로 꼽히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보합(0%)으로 장으로 마쳤다. 대형주들이 2~4% 급락하며 코스피지수가 2.18% 떨어진 데 비해 선방한 주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8월 1일부터 이날까지 18.13%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1.00%)와 코스닥(-2.95%)의 하락세와 대비하면 눈에 띄는 상승 폭이다. 원전 설계 업체 한전기술(14.94%)과 원자로 정비사업을 벌이는 한전KPS(6.93%)도 상승했다. 비에이치아이(22.97%), 보성파워텍(14.60%), 일진파워(11.48%)도 일제히 상승했다.
올 6월 출시된 원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강세다. ‘HANARO 원자력 iSelect’ ETF와 ‘KINDEX 원자력테마딥서치’ ETF는 각각 7.95%, 6.94% 올랐다.
최근 국내 원전주는 겹호재를 맞으며 ‘원전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은 3조 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고 25일 밝혔다. 대규모 원전 사업 수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3년 만이다. 한수원의 이번 건설 사업에는 국내 원전 건설 및 기자재 공급사들이 참여하는 만큼 관련 기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원전주의 추가적 강세를 기대한다”며 “지금은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 발표 20영업일 전부터 발표 시점까지 원전 관련주가 20~30% 강세였던 흐름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하 연구원은 “바라카 수주 발표 후와 마찬가지로 약 15~20영업일간 추가 강세를 보이고 한전기술이 가장 큰 폭의 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추가 수출 가능성도 상승 모멘텀으로 꼽힌다. 엘다바 원전 수주 과정에서 쌓은 경험을 무기로 추가 사업을 따낼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030년까지 해외 원전 10기 수출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민관은 8조 원 규모의 체코, 40조 원 이상의 폴란드 등 원전 건설 사업을 따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2030년까지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두고도 러시아와 경쟁하고 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투자분석팀은 “이집트 원전 수주로 원전 수출이 가시화됐다”며 “추가 원전 수출 기대감으로 매수세 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1400㎿ 규모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 계획 관련 실제 수주는 2023년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나 관련 뉴스 흐름은 원전 밸류체인의 멀티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국내 원전주에 호재다. 유럽의회는 7월 원전과 가스를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택소노미는 이른바 ‘녹색금융’으로 불리며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경제활동을 각국 사정에 맞춰 분류한 목록이다. 이 목록에 포함돼야 1조 유로(약 1348조 원) 규모의 유로 그린딜 예산이나 녹색 채권을 이들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 원전 수입국이 돈을 빌릴 때 이자 등 비용이 싸지면서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동유럽 국가들의 원전 사업이 활발해질 수 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재생 에너지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과 해외 원자력 프로젝트 수주가 가시화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 주도주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며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 급등락을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또 원전 기업들이 가시적인 매출 성장을 단기간에 이룰 수 없는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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