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성차 업계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혜택을 독점하면서 전기차 가격 인상에 속속 나서기 시작했다. 보조금 없이 미국 전기차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제조사들은 올라간 원자재 가격만큼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경쟁력 악화를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포드는 최근 전기차 머스탱 마하-E의 출고 가격을 모델에 따라 3000~8000달러(약 400만~1000만 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포드는 이달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가격 역시 최대 8500달러(약 1140만 원) 올렸다.
다른 미국 완성차 업체들도 비슷한 가격 인상에 나서는 중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가을 출시되는 픽업 허머EV의 가격을 기존 대비 6~8% 올렸고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도 픽업 R1T의 일부 모델 가격을 18% 인상했다. 테슬라는 지난 1년간 모델3의 가격을 여섯 번이나 올렸다.
업계에서는 니켈·리튬 등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전기차 가격 인상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 제조사들이 가격 인상을 주도하는 것은 IRA 법안의 영향이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IRA 법안으로 보조금 혜택을 받는 미국 제조사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찻값에 반영해도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 가격 인상에 주저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일례로 4만 7000달러(약 6340만 원)부터 시작하는 2023년 포드 머스탱 마하-E의 경우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보조금을 적용하면 가격이 3만 달러 후반까지 낮아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005380) 아이오닉5의 보급형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대차·기아(000270)는 판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경우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세와 맞물려 회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컨설팅 기업 앨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전기차 1대 생산에 들어가는 원자재 비용은 올해 8255달러(약 1110만 원)를 넘어서며 2년 전과 비교해 2.5배 가까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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